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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인권운동 처벌하려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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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 민주화 운동가인 김영환씨 등 4명이 중국 당국에 50일째 구금돼 있다. 현재는 기소 전 조사 단계로 재판에 회부될지는 미정이다. 그러나 중국 경찰이 아닌 국가안전청이라는 정보기관에 의해 구금된 상태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할 수 있는 ‘국가안전위해죄’ 위반 혐의를 받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씨 등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중국 측에 김씨 등의 제거를 요청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도를 넘어 일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씨는 1980년대 이른바 ‘강철 서신’을 통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소개하면서 주사파를 학생운동권의 중심 세력으로 만들었던 사람이다.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난 뒤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뒤에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민혁당을 해체하고 전향한 뒤 북한 민주화운동에 전념해 왔다. 김씨와 함께 체포된 세 사람도 마찬가지로 민혁당 조직원이었다가 전향해 북한 민주화운동을 펴왔다.

 김씨는 평소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믿으면서 중국의 발전상을 높이 평가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김씨 등을 중국의 안전을 해쳤다는 어마어마한 혐의로 처벌하려 하고 있다. 김씨 등이 중국에서 활동한 목적은 명백히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과도한 혐의를 씌워 처벌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는 불순하게 비친다.

 중국 당국은 우리 정부에 지금까지 충분한 정보 제공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50일이 되도록 우리 정부는 왜 이들이 구금돼 있으며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북한과 중국의 정보기관이 공조해 이들을 체포했다면 심각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들의 인권이 확실히 보장되고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 정치적 관계만을 고려해 한국인을 처벌하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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