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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쭉쭉 빠지는데 … 증권사는 “그래도 사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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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발 훈풍도 소용이 없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한국 증시는 3.4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상하이 마천루가 내려다보이는 한 창가에 쌓여 있는 중국 화폐 다발. [로이터=뉴시스]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포인트(0.18%) 하락한 1913.7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엔 1900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나흘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이 이런데도 증권사에선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주장한다. 값이 싸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주말에 발표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도 얼어붙은 국내 투자심리를 녹이진 못했다. 12일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해 18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4000억~5000억 위안(약 90조원)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미각(상승 동력)’을 잃은 증시는 중국의 ‘돈의 맛’에 반응하지 못했다. 수급도 좋지 않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9거래일 내내 ‘팔자’를 이어 갔다. 매도 규모가 2조원을 넘는다.

 주식시장이 힘을 못 쓰는데도 증권사에선 “값이 싸다”며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한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1920 선 밑으로 밀린 지난 주말, 코스피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2배로 떨어졌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눠 구한다. 당장 회사를 접고 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환산한 가치를 주가와 비교한 값이다. PBR이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코스피의 PBR이 1.2배 밑으로까지 내려갔던 적은 지난해 9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700 선.

 박승영 연구원은 “지금 주가는 지난해 9월 수준”이라며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지금이 지난해 9월보다 주가가 더 싸다”고 주장한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그렇다”는 게 김성노 연구원의 설명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역사적으로 코스피 평균 PER은 10~11배다. 그런데 지금은 8.8배 수준, 지난해 9월에는 9.8배였다. 지금 코스피 지수는 1900 선이지만 가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9월(1700 선)에 비해서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의미다.

 가격이 아무리 싸도 ‘사자’는 사람이 없으면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옮겨 가고 있다. 외국인이 언제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올지 점치기 어렵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는 “연초 상승장은 외국인이 주도했다”며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증시의 상승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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