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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선거에서의 넷, '수준 미달'

중앙일보

입력

2000년 선거 기간동안 인터넷은 부차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다. 대충 재밌고 예측 불허인 상황을 전개하긴 했지만 중심 무대에서 활동하지는 못했다.

좀더 전통적인 매체와 비교할 때, 웹은 수준 이하였다.

3차례에 걸친 토론 기간에 어떤 대통령 후보도 자신의 웹사이트에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고 정당의 후보 수락 연설시 URL로 장식된 연단에 섰던 후보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테크놀로지 문제를 자신의 선거 유세의 중점으로 삼았던 사람도 없었다.

웹 광고에 소비된 돈은 TV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소비된 금액에 비하면 극히 적었다.

더욱이 웹은 중요한 시기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당 대회 기간동안 트래픽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정치광들을 위한 사이트인 폴리틱스닷컴(Politics.com)과 수도닷컴(Pseudo.com)은 선거 이전에 문을 닫았다.

한 마디로 웹은 2000년 선거 기간동안 대대적인 선전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사람들이 상상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올해는 그저 시험의 해

온라인 민주주의(Democracy Online) 프로젝트 이사이며 조지 워싱턴 대학 교수인 마이클 콘필드는 "하지만 과장 광고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었다. 과장 광고는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발견과 실험의 해였을 뿐 영향과 효과의 해는 아니었다."

논란이 됐던 네이더 표 거래 사이트에서부터, 뉴햄프셔 예비 선거에 승리한 다음날 온라인으로 60만 달러를 모금했던 존 맥케인의 자금 모음 능력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정치의 결합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네이더 표 거래 사이트는 비록 선거법에 저촉되긴 했지만, 웹이 파괴적인 민초들의 캠페인 장소로 매우 완벽한 곳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에 속한 유권자들은 고어 우세 지역에 속한 유권자가 네이더에게 투표한다고 약속할 경우 고어에 투표하기로 약속했었다.

로비 행위가 웹에서도?

따라서 국회의사당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것과 똑같은 형식의 로비 행위가 갑자기 웹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됐다.

또한 맥케인의 자금 모음 성과는 웹이 선거 캠페인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정치인들에게 보여줬다. 더욱이 웹은 일대일 접촉을 통해 유권자들을 규합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 국가 위원회 부의장인 래리 퍼퍼로는 자신의 당이 선거 이전의 몇 주 동안 하루 10통씩의 e-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보내면서 선거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식의 반복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매체가 또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공화당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선거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지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토론의 장

퍼퍼로는 웹 덕분에 정치적인 이슈들을 좀더 집중 조명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보다 더 많은 이슈와 국가정책에 대한 논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후보자들은 과거의 선거에서 그들이 해야 했던 것처럼 돈 많이 드는 대량 메일 발송 대신에 그들의 정책적 입장과 공격에 대한 답변을 자유로이 웹에 게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퍼퍼로는 웹이 정치적 무대에서는 그 발전 단계상 아직 게임보이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유쾌한 오락거리이긴 하지만,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2004년 캠페인에서는 웹 사이트들이 중심적인 통제 센터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곳에서 사람들이 돈을 기부할 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상세한 스케줄을 알 수 있고 후보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단체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했다.

광대역이 가져다 줄 가능성

정치광들은 이미 2004년을 내다보면서 광대역이 가져다 줄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 정치 컨설팅 회사인 폴리틱스 온라인(Politics Online) 사장인 필 노블은 트루먼 쇼 같은 분위기, 즉 사람들이 며칠 동안 후보자들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활동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링크를 따라 그들의 흥미를 끄는 사람들과 이슈들을 접해보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 보관된 비디오에 정책이나 방침으로 이어지는 링크가 포함됨으로써 한 후보자가 외교정책이나 총기 규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경우 링크가 사람들이 좀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할 수 있다. 혹은 비디오 e-메일이 지지자들 특성에 맞게 어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블은 "오거나이저는 실시간으로 음성과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속에 다소 인간성을 담게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일상적인 e-메일 발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거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흐름이다. 곧 우리는 정치가들을 하루종일 마주 대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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