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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은행 노조원 현장복귀 안해

중앙일보

입력

공권력 투입에도 불구, 국민.주택은행 노조 파업이 27일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세밑 금융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두 은행 노조 지도부가 이날 노조원에게 `출근거부.분회별 투쟁'이란 파업지침을 내리는 등 당분간 노조원의 현장복귀가 어렵게 된데다 금융노련의 은행 총파업도 28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이날 두 은행의 대다수 지점에서는 대체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정상영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각 지점 입구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CD)에는 몰려드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쳤다.

그러나 두 은행의 일부 지점에는 금융감독원 및 타 은행에서 파견된 인력이 나와 입.출금 업무를 비롯해 각종 증명서 발급 및 채권 발행을 하는 등 비상영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 지점은 전날 밤부터 전산장애로 은행업무가 중단, 아침 일찍부터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로비와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서 줄을 선 채 업무재개를 기다렸다.

전산망 장애가 복구된 오전 10시30분께 은행 밖에서 기다리던 고객 3백여명이 몰려들어 각 창구에는 발디딜 틈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측은 "성탄 연휴가 끝나면서 26일 고객이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은행 전산망이 장애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주택은행 본점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본점 비노조 직원들을 긴급 투입,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나, 개점 20여분만에 대기자 수가 1백여명에 육박하는 등 고객들이 몰려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됐다.

또 국민은행 선릉지점은 대체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문을 열지 못한 채 차장 1명이 고객 70여명에게 일일이 순번표를 나눠주고 "12시 이후부터 영업을 할테니 그때 다시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 은행 앞에 있는 현금 자동입출금기 2대에는 고객 30여명이 몰려 20m 가량 줄을 서있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주택은행 개포지점 관계자는 "어제 하루동안 1천여명의 고객이 찾아왔다"면서 "특히 오늘은 신용카드 결제일이 겹치는 날이어서 어제보다 찾아오는 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력이 달려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은행 구의지점을 찾은 건설업체 사장 박모(53)씨는 "연말에 직원들 임금, 자재비, 공과금 등에 2천500만원이 필요한데 은행 파업으로 돈을 찾지 못해 걱정"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거래 은행을 바꿀 계획"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국민.주택은행 파업으로 대지급 서비스를 하는 한빛.기업은행 등에도 고객들이 평소보다 절반 이상 늘어났다.

한빛은행 노원지점은 은행문을 열기도 전에 고객 30여명이 모여있다가 은행이 문을 열자마자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으며 오전 10시께 평소보다 3배 가량 많은 2백여명이 몰렸다.

은행을 찾은 이종무(26.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연말이라 돈 쓸데도 많고 국민.주택은행 파업으로 괜한 불안감으로 인해 출금하러 왔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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