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대신 사줍니다’ 초·중생에게 명함 돌려 건당 수수료 2000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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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초·중학생들에게 판매가 금지된 술·담배를 대신 사주고 수수료를 챙긴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피의자는 담배를 뜻하는 ‘빵’이란 은어를 사용한 명함을 학교 앞에서 배포해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다 그만둔 뒤 돈이 궁해진 선모(26)씨는 지난해 11월께 돈벌이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냈다. 초·중생들에게 담배나 술을 대신 사다 주고 수수료를 받는 신종(新種) 방식이었다. 초·중생들이 술과 담배를 가게에서 사려할 때 주인들이 종종 신분증을 요구해 구매가 쉽지 않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선씨는 ‘뚫어 빵’이라고 쓴 명함 3000장을 만들었다. 얼핏 막힌 변기를 뚫어주는 걸 연상시키는 도안이었다. 하지만 ‘빵’은 청소년들 사이에 은어로 담배를 의미한다. ‘뚫어 빵’은 담배를 사준다는 뜻이다. 그는 신분을 숨기려고 대포폰도 장만했다. 그러고는 고양시 중에서 도시지역인 덕양구·일산서구 쪽 초·중학교 앞에서 명함을 나눠줬다.

 명함을 뿌리자 구매 대행을 의뢰하는 청소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담배 한 갑당 수수료 2000원을 받고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했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까지 담배 심부름을 해줬다. 이렇게 5개월 동안 초·중학생 500여 명으로부터 600회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고 선씨는 수수료로 500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경찰에게 선씨는 5개월 만에 잡혀 입건 됐다.

고양=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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