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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허를 찔러 역전승 거뒀다’ … 재미있는 표현 영자신문에선 어떻게 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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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신청사연=“영어 과목은 학생 실력의 편차가 워낙 크잖아요.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부터 영자신문을 술술 읽는 아이까지 천차만별이죠. 신문을 활용하면 학생 간 편차를 극복하고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어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NIE 전문가에게 신문을 활용한 영어 교수법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고양 화정초 이정균 교사(오른쪽)가 서울 화랑초를 방문해 영어 교사들을 상대로 NIE 교사 연수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번 주 NIE 자문단은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화랑초등학교를 찾았다. 신청 사연을 보낸 정수아 교사는 “사립초등학교라는 특성상 영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원어민 교사와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쓰기 실력도 중·고교생 부럽지 않은 학생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반면에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아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줘야 하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실력 편차가 크다 보니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정 교사는 “신문을 활용하면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기사로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사의 생각에 영어과 교사 12명도 공감을 표했다. 이선경 교사는 “신문활용수업은 교사에게도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교재를 사용한 수업은 늘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교사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매일 새로운 소식으로 가득 찬 신문으로 수업을 하면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배운다는 자세가 돼 모두에게 즐거운 수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컨설팅은 고양 화정초 이정균 교사가 맡았다. 화랑초 교사들이 NIE를 처음 시도하는 만큼 신문 활용 수업의 목표부터 NIE 수업의 사례, 영어 NIE에 응용할 수 있는 수업 방식 등을 차근차근 짚어줬다.

이 교사는 “NIE 수업은 ‘나와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기사’에 교사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학생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들부터 예로 들어줬다. 2010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때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가 우는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김연아 선수는 기쁨의 눈물, 아사다 마오 선수는 아쉬움의 눈물”이라는 답이 나오자, 이 교사는 다시 “여러분에게도 이런 두 가지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경험이었는지 떠올려 보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수없이 보던 사진인데, 내 이야기로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NIE가 신문과 나를 연결해 주는 수업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감이 잡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교사는 “NIE는 신문으로 아이들의 삶에 목표와 가치를 심어주는 데서 출발했으면 한다”며 자신의 교육 사례도 들려줬다. “여러분이 맡은 학생들의 생일날 발행된 신문 1면 PDF 파일을 출력하세요. 그리고 ‘네가 태어난 날, 세상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너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존재다’라는 편지와 함께 건네줘 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아무리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라 해도 교사에게 이런 선물을 받으면 자신을 되돌아보더라”며 “인성교육 자료로 활용해 보라”고 일러줬다.

NIE 수업 주제로는 ‘올림픽’을 추천했다. 올해가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는 데서 착안해 영자신문으로 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모아 스크랩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학생들에게 부담 없이 영어 NIE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고급 어휘를 익히는 모둠별 수업도 가능하다. 스포츠 기사에서 흔히 쓰이는 ‘분투했으나 애석하게 졌다’거나 ‘허를 찔러 역전승을 거뒀다’와 같은 표현이 영자 신문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찾다 보면 어휘력도 재미있게 늘려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사는 "NIE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지도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떠올라 NIE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신문 속 사건과 내 생활에 연결하기=신문 사진을 활용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정황을 유추해 보게 한다. NIE는 ‘답이 없는 수업’이기 때문에 실제 사건과 일치하는 내용을 말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낸 뒤에 참고용으로 기사 내용을 설명해 주는 식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이 설명한 정황에 근거에 “나 자신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는지”를 떠올린 뒤 발표해 보게 시켜본다. 신문 기사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연관된 정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신문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인성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학생의 생년월일에 발행된 신문의 1면 PDF 파일을 활용한다. 자신이 태어난 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고 ‘나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지금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 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 교사는 “요즘은 초등학교 5, 6학년만 돼도 사춘기가 시작돼 정신적인 방황을 한다”며 “이 시기 아이들에게 ‘내가 태어난 이유’와 ‘내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주제로 모둠 수업하기=올여름은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스포츠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NIE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다. 올림픽 국가별 순위를 예상해 보고, 종목별 특징을 알아보는 것부터 올림픽의 유래나 운동선수들에게 배울 점 등 심도 있는 정보도 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사는 “세계 지도에 이번 올림픽 참가국의 위치를 표시해 보면서 지리·역사 공부와도 연계할 수 있다”며 “올림픽 하나의 주제로도 통합·융합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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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인물과 사건 2012. 4. 18. 김용의 세계은행, 개도국 끌어안는다

놀라운 발전 이룬 한국의 이미지, 세계은행 총재 당선시킨 힘 됐죠

중앙일보 2012년 4월 18일자 10면

김용(52)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됐습니다. 올 7월 1일부터 공식 임기가 시작되며 향후 5년 동안 세계경제 부흥을 위한 살림살이를 도맡게 됩니다.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개도국의 프로젝트 총 투자액은 연 500억~600억 달러 규모고 지역별로 중남미 국가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김 총재는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선발된 인재입니다. 그가 세계은행 총재로 발탁된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어요. 세계은행이 설립된 1945년 이래 최초로 경선을 치른 뒤 총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거든요. 지금까지는 미국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만장일치 지지로 끝이 났었습니다. 경선이 치러진 이유는 하나에요. “세계은행 총재 선출이 미국의 횡포로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겁니다. 영국의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는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지닌 김 총장의 경력이 금융 분야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김 총재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싣기도 했죠.

 그들의 지적처럼 의사·대학 총장 등 금융 분야와 관계없는 경력을 쌓아온 그가 어떻게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될 수 있었을까요? 그가 총재 후보 경선 면접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자랐으며, 몇몇 대륙에서 일해왔다. 세계은행의 임무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했지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희망이 없던 한국이 지금 이뤄낸 성과를 보라”며 “이런 경험을 살려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재 선출 직후 수락 연설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의 발언을 찾아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버드대 박사,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 등 김용 개인의 경력도 뛰어나지만 그를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앉힌 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전 국토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한국전쟁은 사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에요. 1953년에 끝이 났으니, 전후 6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케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해요. 해외 원조로 겨우 연명하던 나라에서 지금은 해외 여러 나라를 돕는 나라로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었지요. 김 총재의 발탁은 이런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이 다른 개도국의 롤 모델이 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한국에서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세계 3대 국제기구인 유엔·세계은행·IMF 가운데 두 곳의 수장을 배출한 나라, 극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세계 유일한 나라잖아요. 여러분의 꿈을 키워가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더불어 키워갔으면 합니다.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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