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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스팸 메일을 보내도 괜찮아요"

중앙일보

입력

한 때 정말이지 스팸은 필자를 열 받게 만들었고, 스팸 메일이 들어오는 즉시 ISP측에 해당 스팸 메일을 보내면서 이것을 보낸 나쁜 녀석들은 네트워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년 전, 핫메일 계정에 등록했을 때 필자는 어리석게도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일반 핫메일 디렉토리에 집어넣는 항목을 선택했다. 물론 이 디렉토리는 현명하게도 그 후 중단됐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필자를 찾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방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필자의 핫메일 주소는 은밀하게 스팸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엄청난 메일링 리스트 속에 포함됐던 것이다. 현재 최소한 10여 개의 스팸 메시지가 필자의 핫메일 계정에 매일같이 쌓인다. 분주한 주말에는 50통까지 될 때도 있다.

필자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받은 편지함을 정리하곤 했다. 스팸 메일이 들어오는 즉시 ISP측에 해당 스팸 메일을 보내면서 이것을 보낸 나쁜 녀석들은 네트워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자판을 세게 두들기며 e-메일 주제란에 ''당신의 도메인으로부터 온 스팸''이라고 입력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스팸은 더 이상 필자를 그렇게 많이 괴롭히지 않는다.

독자들은 주저하지 말고 필자에게 편지를 써서 스팸의 악덕에 대한 논리를 전개하라. 필자는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일종의 인간성에 대한 범죄가 되는 이유에 거의 통달해있다.

원치 않는 상업 E-메일을 반대하는 연합(Coalition Against Unwanted Commercial E-Mail)은, 특히 스팸이 수신자의 컴퓨팅 자원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ISP에게 스팸은 대역폭과 서버 공간을 좀먹고 일단의 스탭들이 맞붙어 씨름해야 하는 매우 실질적인 운영상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필자가 이상하게 느끼는 것은 어떻게 스팸이 통상 훨씬 더 심각한 논쟁거리, 이를테면 세금, 총, 뉴욕 양키스 같은 주제에 쏠리던 만큼의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인터렉티브 위크(Interactive Week)는 최근 소비자 상품 회사인 유니레버(Unilever)가 의뢰한 조사에 69개 항목을 포함시켰다. 이 조사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의 40% 가량이 사전 허가를 요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받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이 조사에는 ''조사 결과 : 내게 스팸 메일을 보내세요''라는 표제가 붙어있다).

한 독자는 사악한 음모가 작용하고 있음을 감지하면서 이 조사 보고서에 발끈했다. 그는 e-메일에서 "이 조사의 요지는 ZDNet''s/InteractiveWeekly의 기본 방침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며 그 대답을 요구했다.

스팸이 성가신가? 물론 그럴 것이다. 스패머들이 사용하는 엉망진창의 표현들이 박장대소의 즐거움을 주곤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스팸이 심각한 손해를 야기하지 않는, 그야 말로 수준 낮은 시시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현관에다 축축한 광고 전단을 던지는 것과 흡사하게, 무례하고 성가시고 낭비적이다. 하지만 누군가 현관문에다 도끼를 갖다 놓는 것과는 다르다.

한 가지 예외는 예기치 않은, 정말 진절머리나는 형태의 e-메일이다. 아이들에게 발송된 포르노 스팸이 그것이다. 이것은 무해한 자극제가 아니다. 이런 식의 디지털 쓰레기를 보내는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금지 조치를 당해야 한다.

기대하지 않은 e-메일에 대한 필자의 일반적인 무관심은 아마 필자를 소수파에 속하게 할 것이다. 올어드밴티지닷컴(AllAdvantage.com) CPO(chief privacy officer)이며 필생의 스팸반대 로비스트인 레이 에버레트 처치는 필자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는 실험용 동물을, 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새장에 갖다 놓고 몇 초 간격으로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을 묘사했다. 충격을 줄 때마다, 그 동물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오르지만 결국은 지쳐서 뛰지도 못하게 된다.

"그렇게 학대받은 동물들처럼, 스패머들은 많은 소비자들이 너무 지쳐서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필자는 결국 복종하고 마는 실험용 쥐가 되고 싶진 않다. 필자가 스팸을 더 이상 열렬히 증오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가장 최근에 MS 핫메일이 실시한 스팸 통제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효과적으로 스팸 메일을 색출한다.

이유야 어떻든, 스팸은 더 이상 분노의 대상이 될 가치가 없다. 스팸이 앞으로도 계속 대부분의 사람들을 화나게 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필자는 어느 면에서 스팸을 없애는 것이 디지털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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