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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전반전 끝, 대선 테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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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4·11 총선 다음날인 12일 증권시장은 대선정국을 방불케 했다. 정치 테마주들의 희비가 분명하게 갈렸다. 박근혜·안철수 테마주가 상한가로 직행한 반면 문재인 테마주는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투자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사흘째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정치테마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은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 485.71에 장을 마쳤다. 불과 100여 일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100석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의석 과반을 차지하자 하루 종일 테마주에 손이 몰리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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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밖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관련 테마주인 EG와 아가방컴퍼니 등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선 직전까지 박 위원장의 가장 강력한 대권 경쟁자로 꼽혔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관련 테마주는 모두 하한가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문 고문 본인은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됐지만 민주당은 부산에서 단 2석만 건져 목표했던 ‘낙동강 벨트’ 바람몰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곧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렸다.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제1당을 새누리당에 내주자 야권의 선택지는 안 원장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안 원장이 지지한 인재근·송호창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안 원장의 정치 파워가 실물 시장의 움직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다시 10만원대 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28일 정치참여 가능성 발언으로 4일 만에 50% 급등한 후 다시 10만원대 아래로 떨어진 지 10여 일 만이다. 이 밖에 솔고바이오 등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들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총선 전날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안 원장 테마주인 안철수연구소(1.4%)와 박 위원장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2.7%) 주가는 뜨뜻미지근했다. 반면에 문 고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과 바른손 등은 상한가였다.

 정치 지형의 변화는 다른 종목들의 움직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 위원장의 당내 견제세력이었던 정몽준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 현대통신과 코엔텍도 각각 -14.97%와 -8.42%의 저조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대선 정국에서 박 위원장으로의 당내 권력 집중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선 주자들 관련 테마주 외에도 총선 영향으로 새누리당 조현정 비대위원이 대주주로 있는 비트컴퓨터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총선 관련 몇몇 종목도 상승세를 탔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뭔가 돌파구를 찾던 차에 총선이 좋은 이벤트가 된 것”이라며 “대선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됐지만 이런 흐름이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또 정치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자 당장 경고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주 특별 단속반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장은 총선 수혜주 계산에도 바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총선이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총선보다는 여당의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건 총부채상환비율(DTI) 철폐 영향으로 건설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예측 등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주도 수혜주로 분류했다.

 야당의 패배로 대기업에 대한 순환출자금지 등은 실행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기업 관련주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누리당 역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는 규제한다는 방침이어서 유통·통신업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테마주

주식시장에 새로운 유행이 생겼거나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종목군을 일컫는다. 최근 총선·대선 등과 관련해 ‘정치’가 뜨는 테마지만 날씨·북한 등 주제가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테마주로 분류되며 가격 급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은 뚜렷한 연관성이나 논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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