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물탐방] '다승왕을 노린다' 구자운 (2)

중앙일보

입력

구자운의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시즌 동안 열심히 투구를 하기 위해 단내 나는 체력훈련을 했지만 캐치볼과 하프피칭의 과정을 거쳐 볼을 뿌리는 기본 수순이 아닌 재활 프로그램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행동은 팔꿈치를 의식한 채 이뤄졌고, 조금의 무리도 금물이었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긴 강을 건너는 하루하루의 반복이었다.

드디어 시즌은 개막되었고 두산의 마운드는 돌아온 싸움닭 조계현과 비자문제를 해결하고 입국한 좌완 용병 파머의 선발진을 방어율 선두 김유봉과 강속구의 이혜천이 롱릴리프로 받치며 연명하고 있었다.

1선발 이경필과 2선발 박명환이 던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5월 대란설'이 언론에 일괄적으로 보도되며 타 팀의 전략적 상대로 지목되는 어려운 상황은 자칫 하다간 시즌 내에 만회하기 힘들만큼 큰 데미지를 연결될 수도 있는 사면초가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김유봉 마저 오른쪽 검지 부상으로 마운드를 비우자 2군에서 재활을 계속하던 구자운에게 콜사인이 떨어졌고 5월 22일 1군에 합류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구자운의 복귀를 후반기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두산의 상황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복귀와 동시에 떨어진 보직은 롱릴리프. 김유봉의 바통을 이어받아 쾌속순항을 이어갔다. 6월말까지 19게임 등판에 방어율 1.44, 3구원승 2세이브 8홀드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등판=팀승리'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

이 사이 팀은 10연승을 질주하며 드림리그 2위의 발판을 마련했다. 초반 상승세였던 삼성을 확실하게 3위로 내려보냈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은 구자운의 힘이 컸다.

7월 들어 김인식 감독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145킬로의 직구가 살아났고 코너워크까지 되는 만큼 팔꿈치에 무리만 가지 않는 다면 담력 있는 자운이야 말로 포스트시즌 선발 감이야.'

시즌 중반이었지만 김 감독의 포스트시즌 구상에 구자운의 위치는 선발로 각인되고 있었던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