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대주주들 자사주 '팔자' 바람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업체의 대주주.임원들이 최근 자기 회사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주가가 더 오르기 어렵다고 보고 현금을 챙겨두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들이 다투어 내놓는 매도 물량이 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임원들은 기업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이 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아직도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게이츠 회장의 경우 지난 9월 1천만주를 내다팔아 7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챙겼다.

이에 대해 MS의 홍보담당자는 "게이츠 회장은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기 위해 수시로 지분의 일부를 내다팔고 있다" 고 설명했다.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스의 그레고리 레이즈 주니어 사장도 지난 8월 25만6천주를 5천5백만달러에 내다팔면서 "투자 다양화가 목적" 이라고 밝혔다.

최근 8주간의 통계를 보면 대주주.임원들의 소유 지분 '팔자' 는 '사자' 에 비해 2.2대 1의 비율로 많아 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자' 와 '팔자' 의 비율이 3대2였다.

주식을 매각하는 대주주.임원들은 대부분 IT기업 소속이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나스닥지수가 다우지수에 비해 6배나 고평가돼 있는 등 닷컴기업들의 주가 수준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IT기업의 경우 임원들의 보수가 대부분 현금 대신 스톡옵션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도 자사 주식 매각이 늘어난 이유로 풀이됐다.

고유가 덕택에 주가가 오른 에너지 관련 기업 대주주.임원들의 차익실현을 위한 지분 매각도 두드러졌다.

반면 은행이나 금속.금 생산업체의 대주주.임원의 경우에는 오히려 '사자' 가 '팔자' 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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