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우물쭈물 카드업계, 손해 보는 카드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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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60여 개 업종의 200만 자영업자가 모인 이익단체 ‘유권자 시민행동(시민행동)’. 이 단체는 프로다. 어떻게 주장을 알릴지, 어떻게 주목 받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삼성카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며 배포한 14일 보도자료는 프로답다. 대결 구도가 선명하다. “코스트코의 수수료 특혜를 없애지 않으면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싸움으로 선을 그었다. 취재 응대도 프로다. 오호석 시민행동 대표는 일일이 기자와 통화해 취지를 설명한다.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바로 연락이 온다. 대기업 홍보실보다 빠르다.

 게임의 법칙도 안다. ‘한 놈’만 팬다. “카드업계 각성하라”고 목소리 높여봐야 효과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지난달 초엔 업계 1위 신한카드만 걸고 “결제 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나서더니, 이번엔 대표 대기업 삼성을 정조준했다. 효과는 뚜렷하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장과 신한카드 사장이 오 대표를 찾았다. 영세 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도 이 단체의 실력행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카드업계는 아마추어다.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게 지난해 말이다. 우물쭈물하면서 지금까지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 여론은 빠르게 악화됐다. 시장 원칙과 동떨어진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4일도 마찬가지였다.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여신금융협회는 “삼성카드 하나만 문제 삼는데 협회가 나설 수 있느냐”며 발을 뺐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수수료가 싼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문제 삼는데도 “영업활동 방해 말라”고 한마디 대꾸를 못했다.

 이익단체는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게 조직의 목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줄어드는 소비자의 이익이다. 이런 실력행사가 관행이 되면 카드사의 영업활동은 위축될 것이다. 카드사의 선택은 두 가지다. 프로답게 맞서 싸워 영업 위축을 막든지, 실력행사에 굴복하고 손해를 약자인 카드 회원들에게 떠넘기든지. 15일 신용카드사로부터 “4개 호텔 객실 패키지 할인 혜택이 종료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달 들어 C카드는 한강 유람선 할인 혜택을 없애고, K카드는 일부 카드의 포인트 적립을 중단했다. 내 카드사는 프로인가 아마추어인가. 소비자는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