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효과 극대화에 주력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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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15일 0시에 정식으로 발효된다. 발효와 동시에 미국은 우리나라에 자동차 등 8628개 품목, 우리나라는 미국에 와인과 가방 등 9061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에 우리나라 상품 대다수가 관세장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대부분의 미국 상품이 무관세로 들어온다. 시장이 그만큼 커지는 한편 경쟁도 치열해진다. FTA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FTA로 인한 개방의 도전이 아무리 크다 해도 무역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로서는 한·미 FTA가 가져다 줄 절호의 기회를 저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칠레 및 유럽연합(EU)과의 FTA를 통해 개방의 파고를 넘어 국익 증대의 기회를 찾은 경험과 실력을 갖췄다.

 FTA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국익은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을 통한 시장 확대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으며, 한·미 FTA는 그 길을 넓힌 것이다. 야당과 일부 단체는 여전히 한·미 FTA의 폐기와 재(再)재(再)협상을 주장한다. 그러나 협정의 일부 내용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해도 이를 되돌려 무효화하는 것은 더 큰 국익의 손실과 국격(國格)의 손상을 의미한다. 반대 세력은 우선 한·미 FTA로 생기는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문제는 FTA가 발효됐다고 해서 저절로 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밖으로는 관세 철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고, 안으로는 개방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FTA를 통한 시장 확대의 기회가 실제 국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야별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이제 와서 한·미 FTA의 폐기나 재재협상을 거론해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FTA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한·미 FTA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미국산 수입품이 국내 시장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쟁력이 달리는 농업과 제약·서비스 분야에서는 피해를 줄이고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재협의를 약속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된 조항도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미 FTA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접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한·미 FTA의 성패는 산업계와 정부, 정치권이 힘을 합쳐 FTA가 국익 증대의 지름길임을 실제로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