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앞장선 일본 의원들 …세비 연 4000만원 자진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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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세비(歲費)의 14%(연간 300만 엔)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5일 간부회의를 열고 “세비 삭감은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복구재원 마련을 위해 6개월간 세비를 30%가량 깎은 것의 연장선”이라며 “이달 말께 소비세 인상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국회의원이 앞장서 제 살을 깎는 모습을 보인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도 원칙적으로 이에 찬성하고 있어 국회의원 세비 삭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국회의원의 1인당 월 세비는 129만4000엔(약 1780만원)이며, 보너스까지 합하면 연간 세비는 2100만 엔(약 2억9000만원)이다.

 일 정부는 현재 5%인 소비세(부가가치세)를 단계적으로 8%, 1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수준인 재정적자를 줄이고 고령화 사회에 따른 복지 수요를 메우기 위해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소비세 인상 법안 통과에) 내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일 집권당으로선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는 소비세 인상을 결정하기에 앞서 ▶세비 삭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무원 급여 삭감이란 카드를 추진해 왔다.

 일 정부는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개혁에도 나섰다.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국가 공무원의 급여를 평균 7.8% 삭감하는 내용의 특례법이 통과됐다. 2년간의 한시적 조치지만 여기서 생기는 5530억 엔(약 7조6000억원)을 동일본 대지진의 복구 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또 ‘행정개혁 실행본부’(본부장 노다 총리) 회의를 열어 내년도 국가 공무원의 신규 채용을 2009년에 비해 40% 줄이기로 결정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는 “민간 기업들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일단 채용을 줄인다”며 “공무원의 경우 중간에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만큼 신규 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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