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리그 최다골 이동국 “월드컵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개막전에서 전반 13분 선취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이동국(왼쪽). [전주=연합뉴스]

‘라이언 킹’ 이동국(33·전북 현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동국은 최근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축구 대표팀에 재발탁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골을 넣고, 쿠웨이트전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행도 이끌었다.

 깨어난 사자는 소속팀에서도 포효했다. 이동국은 지난 3일 전주월드 컵경기장에서 성남 일화와 치른 K-리그 2012 홈 개막전에서 2골을 터뜨려 3-2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전반 13분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왼발 로빙슛과 5분 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이은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이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프로 통산 116, 117호 골을 넣은 그는 우성용(116골)이 보유한 K-리그 개인통산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야흐로 제3의 전성기다.

 최강희 감독도 이날 전주를 찾아 애제자를 지켜봤다. 이동국이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을 때 전광판에 비친 최 감독은 트레이드 마크인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하프타임때 만난 최 감독은 “깜짝 놀랐다. 단 두 번의 터치로 두 골을 넣어 신기록을 세웠다”며 “이동국은 2009년 보다 지난해가 전성기였다. 올해 전북과 대표팀에서 더 잘할 것”이라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경기 다음날인 4일 이동국은 특별 휴가를 받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동국은 “나 혼자가 아닌 전체가 잘했다. 아내(이수진씨)가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준다”며 K-리그 최다골의 공을 동료와 가족에게 돌렸다. 그는 “117골 가운데 한 골 한 골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며 “항상 시즌을 시작하면서 매 경기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올해 K-리그가 44경기니 44골을 넣어야 한다. 목표를 그렇게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에 이어 한국 축구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 온 이동국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상과 불운에 발목을 잡혔다. 2006 독일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컨디션이 절정이었으나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고,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안고 출전한 2010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빗물을 잔뜩 먹은 잔디 때문에 동점골을 넣지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동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바라보며 ‘비운의 사나이’라는 꼬리표를 떼려 한다. 그렇다고 당장 만화 속 주인공을 꿈꾸지 않는다. 일단 현실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브라질 월드컵을 논할 때가 아니다. 아직 2년이나 남았다”며 “전북과 대표팀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전주=박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