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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200g에 구연산 넣자 …와~ 차가 달린다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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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주차장에서 ‘블루 드림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모형 자동차로 경주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1박2일 동안 자동차의 원리와 구조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했다.

“2조 이겨라!” “8조 이겨라!”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주차장. 영하 2도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뜨거운 응원 함성이 터져나왔다. 중학생 120명이 모여 겨루는 모형 자동차 경주 때문이었다. 자동차는 물병으로 연료통을, 빨대로 차체를 꾸민 뒤 플라스틱 바퀴를 달아 만들었다. 경기는 가장 멀리까지 달리는 자동차가 승리한다.

 12개 조로 나눠 토너먼트를 거친 끝에 2조 이상균(중3·15)군과 8조 최명식(중2·14)군이 최후의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은 물병에 물 200g과 구연산·탄산수소나트륨 가루를 붓고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 물병 안에선 구연산과 소다가 반응하며 하얀 이산화탄소 기체가 가득 차 올랐다. 이 기체가 자동차에 추진력을 가해준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동시에 물병 마개를 열자 하얀 물거품이 뿜어져 나오며 자동차 두 대가 튀어나갔다. 초반엔 최군의 자동차가 앞섰지만 4m쯤 갔을 때 중심을 잃고 벽에 곤두박질쳤다. 반면에 뒤따라오던 이군의 자동차는 계속 직진했고 7m를 나간 뒤 멈췄다. 이군은 “바퀴를 작게 만들어 무게중심을 낮춘 게 승리의 비결”이라며 웃었다.

 이날 모형 자동차 경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교육기부 차원에서 마련한 1박2일 ‘블루 드림 캠프’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울산시, 충남 아산시, 전북 전주시 등 현대차 공장 주변 학교에서 추천받은 중학생 120명이 참석했다. 캠프는 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첫날 최규재(기계자동차공학부) 군산대 교수에게서 자동차 역사와 작동 원리를 배웠다. 이어 친환경 연료전지, 변속기, 엔진 등을 직접 만져보며 설명을 들었다. 변속기 설명을 맡은 최재혁(32) 현대·기아기술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의 질문에 알기 쉽게 답하는 게 의의로 어렵더라”며 “그래도 수첩에 메모해가며 열심히 듣는 학생들 덕에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온 이예진(중2·14)양은 “캠프에 오기 전에는 자동차 이름도 잘 몰랐는데 직접 자동차 부품을 만져보고 디자인도 해보면서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연구원이 꿈인 이양은 장래 희망에 자동차 디자이너를 추가했다고 한다. 참가 학생 중 상당수는 부모가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울산공장에서 일한다는 황현준(중3·15)군은 “아빠가 퇴근 후에도 자동차 얘기만 해서 싫었는데 캠프를 통해 이렇게 복잡한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졌다”며 “커서 아빠를 따라 현대차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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