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종합금융협회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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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나현철
금융팀장

지난 10일 금융권 단체들이 공동 발표한 ‘국회 정무위원회 규탄 성명’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이 하나 있었습니다. 종합금융협회, 줄여서 종금협회라고 부릅니다. 일반인은 고사하고 금융위원회 공무원이나 금융회사 임직원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단체의 운명은 기구합니다. 종금사는 1970년대 이후 단기금융을 전담하던 단자사의 후신입니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어음관리계좌(CMA) 등으로 단기예금을 받아 기업에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90년대 글로벌 바람을 타고 종금사들은 호황을 구가했습니다. 금리가 훨씬 낮은 선진국에서 단기외채를 들여다 기업에 설비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대줬습니다. 국내외 금리 차이 덕에 막대한 수익을 내던 종금사들은 한때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직장이기도 했습니다. 90년 설립된 종금협회도 한때 회원사를 30곳까지 늘리며 유력 협회가 됐습니다.

 그러다 97년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종금사는 ‘멸종’하다시피 했습니다. ‘빌리고 보자’는 식으로 종금사가 끌어온 단기외채가 2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돈을 못 갚게 되면서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현재 종금사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은 금호종금이 유일합니다. 종금협회의 유일한 정회원이기도 합니다. 종금업 면허를 가진 준회원도 신한·우리·외환은행과 메리츠종금증권 정도입니다. 종금협회도 함께 퇴락했습니다. 지금은 회장 한 명에 직원 두 명이 전부입니다. 7년 전부터 회비를 못 걷어 호경기 때 마련한 사무실을 임대해 버는 수익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활동이 미미한 건 당연합니다. 금융 당국은 주요 회의에 종금협회를 부르지 않습니다. 1년에 자체 간담회 한 번 하기 어려울 만큼 회원사들의 관심도 멀어졌습니다. “존재 의미를 상실한 협회가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정책 당국의 각성도 필요합니다. 종금업계와 협회의 부침을 정책 실패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종금사 전성시대’는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단자사를 무더기로 종금사로 전환시키며 외채 도입선 역할을 맡긴 탓이 컸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과당경쟁과 무분별한 차입이 외환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는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문제도 규제를 너무 풀었다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접한 종금협회란 이름에서 ‘타산지석’이란 말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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