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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와인을 찾으러 떠나자

중앙일보

입력

별르고 별렀던 오늘, 참 특별한 날입니다. 기사식당 해장국에도, 분식집 비빔밥에도 맛있다며 웃어주는 착한 그녀를 '감동'시키고픈 당신. 꼬박꼬박 모아온 든든한 지갑에, 음식맛 좋고 분위기 만점이라는 레스토랑까지 물어물어 완벽한 준비 끝!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달콤한 와인 한잔과 장미꽃이면 그녀도 당신의 센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군요. 고상한 매너의 웨이터가 전해준 와인 리스트에 있는건 하얀 건 종이고 검정 건 글씨군요.

'육류에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만을 주문처럼 외우고 왔던 당신은 진퇴양난입니다. 웨이터와 당신 얼굴을 번갈아보는 여자친구의 시선도 따갑고...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수많은 와인의 종류,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단말입니까?

자, 가장 중요한 것은 떨지 마시라는 것! 그리고 많이 물어보시라는 것!

와인은 100퍼센트의 순도를 자랑하는 포도쥬스일 뿐이예요. 그러나 아주 특별한, 매우 다양한 종류의 맛을 가진 포도쥬스이므로 많이 물어보고 많이 마셔보아야 '나만의 특별한 와인'을 찾을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모험을 두려워마세요! 당신 앞에 메뉴를 들고 서있는 웨이터는 여자친구 앞에서 당신을 망신주려는 악당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여행으로 안내해주는 숙련된 전문가입니다!

자 일단 만만한 가격의 하우스 와인은 무엇일까요?

'하우스 와인'은 말그대로 그 레스토랑 고유의 와인입니다. 오래된 전통을 가진 레스토랑에서는 그 자신들만의 와인을 제조해 손님을 대접했지만, 그런 전통이 퇴색된지 오래지요. 그래서 요즈음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잔술'의 개념으로 하우스 와인을 판매합니다.

그러니까 병으로 와인을 즐기려는 분들이나 다양한 와인 즐기기 모험을 떠나려는 분들에게는 좀 실망스러울수 있겠죠?

자 그렇다면 일반적인 와인리스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샴페인,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등이 달작지근한 것(스위트)에서부터 쌉쌀한 것(드라이)에 이르기까지 있을텐데요, 대부분 각 항목별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향과 맛이 짙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격도 올라갑니다. 오래된 포도주일수록 비싼 것은 당연하겠지요?

웨이터에게 이 와인은 어떠한 맛이 나는지, 아니면 오늘 당신이 먹을 요리에는 어떤 와인이 적당한지, '스위트' 한지 '드라이'한지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그럼에도 그녀 앞에서 꼭 멋져보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간단한 힌트를 드리자면! 캘리포니아산 와인, 진펀델은 아주 달콤한 산딸기 맛이 나는데요, 무엇보다도 양이 많은 요리에도 안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구요, 탄닌 함량이 적어 달콤한 맛이 나는 피노누와는 처음 와인을 드시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샤르도네나 독일산 리즐링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주 가볍고 섬세한 맛으로 친근함을 주지요.

자 이제 웨이터가 병을 가져와서 능숙한 솜씨로 코르크 마개를 여는군요. 그리고는 당신의 잔 밑바닥에 포도주를 조금 채우고는 말똥말똥 쳐다봅니다. 건방지게...뭘 기다리는거 것 같은데..헉..나보고 뭘 어쩌라는거야?

땀이 비적비적 나기 시작하는군요. 긴장하지 마세요. 와인 시음은 당신이 주문한 와인을 제대로 가져왔음을 확인하고,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 그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배려하는, 와인 즐기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와인은 오감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하죠. 와인을 불빛에 비춰보아 그 곱디고운 신비의 포도주색과 투명도를 살펴보고, 잔을 두 세번 흔들어(오랫동안 병속에 꽁꽁 묵혀있었던 와인은 공기를 품어야 그 고유의 향이 난다고 해요), 그윽한 향을 음미해보세요.

그리고 한모금 입에 품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키스하듯 혀 전체로 맛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웨이터에게 "좋군요"라고 하면, 그제서야 웨이터는 그녀에게 와인을 따라줄 겁니다. 일종의 오케이 사인인셈이지요.

웨이터가 코르크 마개를 그냥 가져간다면 꼭 달라고 말하세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날짜와 장소를 적어 그녀에게 주세요. 코르크 마개가 하나씩 하나씩 모일수록 당신들의 사랑도 커질테니까요.

포도주 마개를 코르크로 만드는 이유는 멋때문만이 아니랍니다. 코르크의 헐거운 조직을 통해 와인이 숨을 쉬기 때문이죠. 촉촉하고 탄력 있는, 그리고 그윽한 향이 잘 배어있는 코르크를 보고 와인이 잘 보관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도 벅차시다고요.

아마 제대로 주문하고 마시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없어 와인병에 뭐라고 써있는지는 읽을 엄두도 안나셨을 겁니다. 하지만 와인병의 라벨에는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에보다 백배, 천배나 많은 와인의 비밀이 담겨있답니다. 라벨과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와인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자! 다음은 메뉴에서 일보전진! 라벨 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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