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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주주 되고 싶다고? 100억원은 있어야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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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모(58)씨는 2009년 비상장이던 삼성생명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가입해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5만2000원에 샀다. 예상을 앞질러 삼성생명이 2010년 5월 상장해 ‘대박’이 났다. 공모가는 11만원. 펀드는 공모 직후 삼성생명 주식을 모두 팔아 이익을 실현했다. 이씨는 10개월 만에 60%의 수익을 올렸다. 이씨뿐 아니라 당시 ‘강남 부자’ 사이에는 삼성생명 주식이 큰 화제였다. 요즘은 삼성에버랜드가 부자 사이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2의 삼성생명’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6일 한국장학재단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4.25%, 10만6149주 매각 공고를 냈다. 주당 200만원으로 계산하면 2120억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이다. 다음 달 8, 9일 인수의향서를 받아 입찰에 참가할 투자자를 고른다. 이어 높은 가격 순으로 원하는 물량만큼 파는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매각한다. 최소 입찰수량이 5000주, 주당 2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0억원이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도 금융사의 신탁·사모펀드 등을 통해 돈을 모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매각주간사인 동양증권 양귀환 이사는 “매각 공고 후 개인의 입찰 참여 방법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묻어둘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은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에 투자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비상장주식팀 한금명 연구원도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 때문에 큰손의 투자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자는 전통적으로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비상장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주식은 최초로 장외 유통시장에 풀리는 것이어서 희소성이 높다. 그만큼 환금성은 나쁘다. 이제껏 에버랜드 주식은 삼성 일가와 특수관계인 말고는 보유할 수 없었고, 장외시장에서도 유통되지 않았다. 매각되는 4.25%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막내딸인 고 이윤형씨 것으로, 2006년 삼성이 8000억원 규모 재산 사회 헌납을 발표하며 교육부에 기부했다.

 부자의 높은 관심이 실제 입찰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몇 년 내 상장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투자 단위가 크고 적정가 산정도 어렵다. 지난해 말 삼성카드가 KCC에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한 가격은 주당 182만원이었다. 상장이 요원한 주식의 투자가치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유진자산운용 정진균 본부장은 “경영진이 몇 년 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힌 삼성에버랜드 주식은 적절한 투자처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시장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사고파는 비공식 시장이다. 소형 중개업체들이 가격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매매를 주선하기도 하고, 개인끼리 수소문해 거래가 이뤄진다. 유동성이 낮고 각종 거래 위험도 높다. 최근에는 몇몇 제도권 증권사가 비상장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거래가 다소 편해졌다. 장외주식 투자는 기업공개가 예정된 우량 기업의 주식을 미리 매입 선점해 큰 시세차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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