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중요하지만 천안함 그냥 묻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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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논의한 제3회의는 사회자인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글로벌 정권교체(global power shift)’를 화두로 던지면서 시작됐다. 임 교수는 “올해 전 세계 58개국에서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대선 또는 총선이 있고, 선거가 없는 북한·중국에서도 독재자의 사망 또는 권력 승계의 형식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임혁백=김정일 사망이 가져올 남북관계의 변화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북아 질서의 새판 짜기라는 거시적 시각과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북한 독재자의 사과는 대화를 재개한 뒤 협상을 잘해서 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사과하면 대화하겠다는 건 선후가 바뀐 것이다.

 ▶박명림=김정은은 김정일과는 달리 조부(김일성)의 유산과 부친의 유산이 결합된 이중유업·이중유산·이중유훈·이중압박을 승계받았다. 한 가족의 운명과 한 국가의 운명을 동일시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극단적 대안을 찾으려 했다. 이제 다음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모든 것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양문수= 5·24 조치는 생떼를 쓰는 종전의 방식은 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북한에 심어 줬다. 제대로 된 경협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 관계가 나빠지면 서로에게 득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경협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방현섭=정부 주도 대북정책이라 해도 인도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형식적으로라도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남한의 입장과 요구를 중심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혜자(북한)를 우선으로 하는 접근이 돼야 한다.

 ▶이신화=노무현 정부 때 민족 공조 차원에서 기능적 대화는 많이 했지만 본질적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에 지원을 해 준 데 따른 대화였지만 북한은 미국과만 얘기했다. 당시 우리 정부가 대북 지렛대를 갖지 못했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니까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주권국가인 우리가 왜 북한에 맞춰 주기만 해야 하는가. 김정일 사망과 함께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묻어 버리고 남북관계의 새판을 짜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그 도발은 국가 테러였다. 북한은 분명히 대화를 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걸 묻어 두고 대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조동호=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협사업을 높이 평가하는 쪽에서는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10·4 합의를 거론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민간이 할 일이다. 당국이 나서 타당성 조사 없이 덜컥 합의하는 게 이성적인지는 돌아봐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이명박 정부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많이 하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문제였다. 123개 개성공단 진출기업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이 된다는 건 과장이다.

 ▶최진욱=인도 지원을 포함한 대북정책에서 초당적 외교와 국민적 지지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미국처럼 단지 핵 실험과 군사 도발을 막는 것인지,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답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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