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최고부촌 대치vs반포 아파트 평당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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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농촌이었던 강남권이 부촌(富村)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한강 이남 개발을 본격화한 70년대 들어서부터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자 이들을 수용할 대체 주거지로 현재의 강남권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개발 초기부터 강남권 전역이 인기지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개발 초기에는 강남구 압구정동이 고급 주거지로 첫손으로 꼽혔다. 강북과 맞닿은 데다 당시에는 많지 않던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선 덕분이다. 지금도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비롯해 한양·미성 아파트가 대표적인 단지들이다. 이들 단지 주변으로 교육·편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압구정동은 90년대까지 강남권의 대표 부촌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매봉산 등을 끼고 있던 강남구 대치·도곡동이 새로운 주거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 최첨단의 새 아파트가 속속 건립되면서다. 타워팰리스·대림아파트빌, 대치센트레빌(대치주공1단지 재건축) 등이 2000년대 초 입주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당시 대치동을 중심으로 인기 입시학원들이 몰려들었고 도곡주공1단지(현 도곡렉슬) 등 주공 아파트가 속속 재건축되면서 강남권 대표 주거지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치·도곡동의 명성도 저물어 간다. 2008년 서초구 반포동 주공2·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강남권 고급 주거지의 바통이 반포동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들 단지는 세계 금융위기로 한때 미분양이 생기기도 했지만 뛰어난 입지여건과 학군·브랜드파워 등으로 단숨에 강남권 대표 아파트로 떠올랐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반포동 아파트 값은 대치·도곡동을 뛰어넘어 압구정동에 근접했다. 래미안퍼스티지가 3.3㎡당 평균 4213만원으로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센트레빌(4151만원)을 앞선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강남권 고급 주거지 판도는 또다시 바뀔 전망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개포동 주공이나 대치동 은마, 압구정동 초고층 재건축 여부에 따라 강남권 최고급 주거지의 번지수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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