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 쿠바 출신 페레스, 올림픽 출전길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집으로 돌아가려고 짐까지 싸놓았는데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되다니... 믿기 어려울 뿐이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카약 선수 앙헬 페레스의 얼굴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위원회(CAS)는 그동안의 출전 불허 방침을 뒤집고 페레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페레스의 이름이 미국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이후 그의 올림픽 출전 허용을 놓고 IOC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간에 거의 두달을 끌어온 '줄다리기'가 막을 내렸다.

USOC는 전날 IOC의 출전불허 방침이 확고한 가운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페레스가 미국 시민이 된 것은 3년이 넘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IOC가 국적을 새로 취득한 선수는 취득한지 3년이 지나거나 전 소속 국가의 동의를 얻어야 그 나라의 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페레스가 작년 9월 미국시민권을 정식으로 취득했지만 '법적'인 시점보다 '사실상의 취득 시점'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대사관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호주 정부에 전달하고 미국 정부도 쿠바 정부에 그를 미국 선수로 인정해달라고 계속 요청해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이번 출전 허가를 받아내는 데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 것은 서한에 동봉한 쿠바변호사의 소견.

이 변호사는 "페레스가 법적으로 쿠바 시민의 자격을 상실한 것은 그가 미국으로 망명한 93년"이라고 자문해 합법적 기반을 제공했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노력은 열매를 맺었고 미국 카약의 1인자인 페레스는 올림픽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쿠바선수로 출전했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메달꿈을 이루지 못한 페레스가 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은 '새천년 올림픽'에서는 '새 조국'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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