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왼쪽으로 …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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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야흐로 좌향좌가 대세다. 재벌세까지 거론한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한 한나라당도 대기업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래야 표를 얻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선 “거대 금융자본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다 우리의 경우 선거철이란 특수 상황이 겹쳤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인데 정치권이 이를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구도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언하는 개혁적·진보적 정책의 내용은 무엇인 지 살펴본다.

박근혜, 대기업 하도급 횡포 엄단 강조
민주당 ‘1% 슈퍼부자 증세’ 한발 더 나가

기업·복지·교육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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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 재벌 규제, 보편적 복지, 무상교육….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의결한 새 정강·정책의 키워드다. 옛 민주당의 정책 기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개정안 작성에 참여한 권영진 의원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대폭 수정을 넘어 전면 재작성한 것”이라고 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근본이 변하는 날”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보다 선명한 ‘좌클릭 정책’을 들고 나왔다. 재벌세, ‘1% 슈퍼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게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다. 특히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대표 경선에서 앞다퉈 인용했던 말이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다. 한나라당도 이를 정강·정책의 전면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존의 ‘큰 시장, 작은 정부’를 크게 바꾼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고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과 하도급 횡포를 엄단해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우선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를 들고 나왔다. 계열사를 많이 둔 대기업에 높은 법인세를 부과하는 ‘대기업판 버핏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종인 비대위원은 “특정 계층을 상대로 한 세금은 존재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부자 증세에서도 여야 간 차이가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1% 슈퍼부자 증세’를 통해 초고소득자의 세율을 크게 높이려 하고 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원은 증세 기조엔 동의하면서도 “세금을 통해서는 탐욕을 억제할 수 없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거론했다.

 복지도 여야가 경합하는 분야다. 한나라당은 ‘선택적 복지’를 정강·정책에서 삭제하는 대신 ‘국민 누구나’라는 표현을 넣었다. 당 관계자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아우르는 복지”라고 말했다. 무조건 무상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혜택을 주되, 보육 등 기본적인 복지에 대해서는 보편성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월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정책을 내놨고, 지난해 8월 일자리와 주거복지를 보태 ‘3+3’이라는 보편적 복지안을 마련했는데, 민주통합당이 이를 그대로 계승했다. 재원 마련은 부자 증세를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여야의 정책들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 클럽 간담회에서 “재벌세처럼 국제 규격을 뛰어넘는 규제나 중과세는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발표한 재벌세 는 4대 재벌에 거의 효과가 없고 출총제 부활도 전혀 실효성이 없어 재벌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에서도 여야의 경쟁이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은 ‘수월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 대신 ‘공정한 출발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교육’ 개념을 도입했다. 경쟁보다 기회를 강조한 것이다. 고교 무상 의무교육도 추가했다. 민주통합당은 여기에 반값 등록금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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