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게임 공급업체 '풍요속 빈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1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무선인터넷용 게임 공급업체들은 사실상 수익을 얻지 못하는 전형적인 ''외화내빈''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5개 통신사업자 가운데 자사의 무선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게임 공급업체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곳이 없어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공급자(CP)간 과금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게임 콘텐츠 사용료에 대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지난해 8월부터 5개 통신사업자 가운데 가장 먼저 게임서비스를 시작한 LG텔레콤으로 현재 CP와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에 무선인터넷 게임을 공급하는 A사는 "공급하는 게임의 반응이 좋아 다음달부터 월 300만원 정도를 콘텐츠 사용료로 받을 예정"이라며 "콘텐츠 사용료 문제는 앞으로 2~3년은 지나야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IS-95C서비스와 IMT-2000서비스가 본격화될 경우 게임 인터페이스가 휴대전화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무선인터넷 게임은 2~3년 뒤를 겨냥해 현재는 ''시범서비스''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

그러나 A사의 경우 무선인터넷 게임에 주력하고 있지않아 ''손해보는 장사''를 해도 큰 타격이 없으나 대부분의 소규모 무선인터넷 게임 개발사는 2~3년을 견뎌낼 자금력이 부족해 통신사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또 CP가 통신사업자와 게임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콘텐츠 사용료는 물론 무료시범서비스 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게임을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붙이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계약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무선인터넷 게임 개발업체들은 ''큰 덩치''를 가진 통신사업자들과 협상 테이블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게임개발사만의 연합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통신사업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과금방식은 무선인터넷 게임으로 발생되는 통신료는 모두 통신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향후 콘텐츠 사용으로 부과될 추가요금 가운데 10% 정도를 차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무선인터넷 게임 개발사들은 이에 대해 "현재 음성전송보다 데이터 전송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신요금만으로도 통신사업자가 충분한 이득을 올릴 수 있다"며 "부가요금까지 나누자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통신사업자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월정액이나 히트수에 따른 일률적인 과금체계를 들고 나와 CP들로부터 탄력적인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일본의 NTT의 경우 ''i-모드'' 시작부터 콘텐츠 사용료 문제를 해결해 CP의 개발기반을 마련했다"며 "무선인터넷 가입자 수 늘리기에 급급해 콘텐츠 유료화 문제를 미루고 있는 틈에 CP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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