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각과 만화적 상상력 '포스트맨 블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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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포인트
일본 코미디 특유의 황당하고도 엽기적인 발상과 캐릭터에 담긴 만화적 상상력.

3차 일본문화 개방 이후 다양한 장르의 일본영화들이 하나둘 개봉되고 있고 이미 〈쉘 위 댄스〉〈춤추는 대수사선〉등의 영화는 어느정도 관객 동원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할리우드식 영화코드에 식상한 우리 관객들이 일본영화를 통해 색다른 정서체험의 기회를 얻고자 함이 아닐까.

오는 30일 또 한 편의 일본 영화〈포스트맨 블루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 포스트 뉴웨이브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사부 감독의 97년작〈포스트맨 블루스〉는 다소 황당하고 엽기적인 발상과 캐릭터,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전형적인 일본 코미디다.

지루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우편배달부 사와키는 어느날 배달중에 야쿠자가 된 고교동창생 노구치를 만난다. 노구치는 보스에게 상납할 새끼손가락을 자른 상태. 경찰의 감시를 받던 노구치는 사와키의 가방에 몰래 마약 뭉치를 넣고 그 와중에 잘린 새끼손가락 마저 딸려 들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사와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복중이던 경찰들에게 미행당하기 시작하고, 죽음을 앞둔 소녀 사요코, 킬러같지 않은 킬러 '조'와 만나면서 졸지에 마약 운반책에 무질서형 1급 살인 용의자로 지명 수배되기에 이른다.

'동경의 타란티노' 사부 감독답게 그가 연출한 야쿠자와 킬러, 경찰과 평범한 우편배달부가 벌이는 한바탕 해프닝은 꽤나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하다. 그리고 평범한 드라마로 시작한 영화는 액션과 코미디, 멜로로 이어지고 비장미마저 감도는 느와르씬으로 마감하면서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든다.

또한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만화적이다. 빨간 머플러에 자전거를 타고 끊임없이 달리는 우편배달부, 보스에게 상납할 새끼 손가락을 잃어 버려 허둥대는 야쿠자, 세계 킬러 선발대회의 합격통지를 기다리는 킬러. 각각의 캐릭터들은 코믹하면서 어느정도 기존의 통념에서 일탈돼 있다.

한편〈포스트맨 블루스〉가 펼쳐 보이는 상상력은 너무나 일본적이라서 새로운 정서를 기꺼이 인정하고 즐길 수 없는 사람이라면 두시간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과연 낯선 감각과 만화적 상상력의 일본 코미디가 우리 관객에게 통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10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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