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IT기술엔 한계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60년 미국 스쿼밸리에서 벌어진 겨울 올림픽 참가자들은 대회기간 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기 결과가 불과 몇분만에 전광판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수작업으로 경기결과를 작성하는 바람에 수십분씩 걸렸으나, 이 대회에서는 OMR카드에 구멍을 뚫어 무게가 1t이 넘는 집채만한 컴퓨터에 입력해 처음으로 실시간(Real Time)결과 집계를 했다. 당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혁명" 이라고 흥분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참가자들에게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T)을 총동원, 경기장에 있는 선수와 관중은 물론 경기장에서 수십㎞ 떨어진 프레스센터의 보도진, 방송센터의 방송요원 등도 경기결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경기내용이 전달되고, 지구촌 네티즌 수십억명이 온라인으로 경기장의 생생한 장면을 보는 ''정보통신혁명'' 이 시드니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선수들의 땀과 관중들의 함성 뒤에서 워크스테이션과 대형 컴퓨터.초고속 네트워크.무선통신 교환기가 ''올림픽의 심장'' 처럼 24시간 쉴새없이 가동된다.

지구촌 평화의 제전 올림픽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축제 한마당인 셈이다. 시드니올림픽 공식 후원업체인 IBM의 크레이그 로더 대변인은 "2000년 올림픽의 명칭은 ''e-시드니'' 가 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에 집결한 정보통신 기술의 핵심은 1백% 전산화한 경기운영시스템과 처음으로 도입된 무선통신 기술.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인 IBM과 삼성전자.스위스타이밍.코닥.텔스트라.파나소닉은 IT기술을 묶어 ''올림픽 e-혁명'' 을 일궈냈다.

대표적인 것이 시드니올림픽 IT시스템. 이 시스템은 크게▶경기결과시스템(GRS)▶경기정보검색시스템(INFO)▶경기관리시스템(GMS)▶인터넷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경기결과시스템은 39곳의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결과를 심판과 스코어보드.보도진.통신사.방송센터와 인터넷사이트로 보내는 시스템.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해설정보시스템'' 을 통해 경기기록.통계.스포츠 역사를 제공받아 중계에 활용한다.

경기 결과가 화려한 그래픽 통계처리로 바뀌어 TV전파를 타는 데는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경기정보검색시스템은 인트라넷 형태로 구성된 올림픽 참가자들을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등록된 보도진과 선수, 코치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경기 결과는 물론 과거의 기록.선수 개인경력.날씨정보.교통과 문화행사 등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시드니IBM의 나탈리 함스는 "선수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숙소와 경기장.프레스센터 등에 2천여개 워크스테이션 단말기를 설치했다" 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공항도착→버스이동→숙소배정→비용계산→귀국까지 필요한 모든 것도 컴퓨터로 통제, 관리된다. 이것이 경기관리시스템이다. 시드니 올림픽 참가자는 선수단.진행요원.보도진.자원봉사자 등 총 26만명. 이들은 등록과 동시에 코닥사의 기술로 만든 사진과 정보가 담긴 IC카드를 발급받는다.

이 카드를 가진 사람만 경기장과 시설물에 입장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 자세한 의료기록도 이 카드에 저장해 의료진이 선수 부상시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시드니올림픽은 인터넷올림픽으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네티즌들은 저녁시간대에 녹화방송되는 TV중계를 기다리기보다는 인터넷에 접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대회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인터넷홈페이지(http://www.olympics.com)를 통해 모든 경기의 결과를 실시간 제공하는 한편 온라인으로 입장권과 올림픽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시드니올림픽 공식 사이트의 접속 건수가 2년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보다 10배 이상 많은 총 65억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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