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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앨범 '희망' 낸 김동률

중앙일보

입력

"가수가 아닌 학생 신분으로 지낼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그 덕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면서 쓰디쓴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게 가장 큰 공부가 아닐까요."

〈전람회〉로 가요에 클래식의 숨결을 불어넣었던 김동률(26)이 최근 2집 솔로 앨범〈희망〉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1집 발표 후 2년, 보스턴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난 지 1년만에 나온 이 음반은 음악적으로 보다 성숙한 면모를, 그리고 앞으로도 뮤지션으로 남고자 하는 그의 야심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음반에서 그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62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유려함과 웅장함을 보탰다.

"2년의 공백도 있었는데다 유학에 대한 팬들의 기대, 외국 뮤지션들과의 작업과정 등이 부담스러웠다" 는 그는 "새 음반을 통해 그동안 죽여왔던 나의 음악적 욕심을 맘껏 부려봤다" 고 말했다.

〈전람회〉시절 함께 작업했던 신해철과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이 음반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담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욕심이 많아서" 라고 대답했다. 하나의 흐름을 느끼게끔 곡을 구성하지 않고 평소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도전해봤다는 이야기다.

그가 처음으로 부른 리듬 앤드 블루스곡인〈2년만에〉는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멜로디가 단순하지 않다.

반면 버클리 음대에 재학 중인 양파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벽〉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의 남다른 욕심을 읽게하는 곡은 연주곡인〈윤회〉다. 몽롱하고 동양적인 멜로디를 장엄한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이 곡은 블록버스터 서사영화의 주제곡처럼 들린다.

버클리 음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어서일까. "엔니오 모리코네랑 사카모토 류이치를 존경한다" 는 그는 "언젠가는 영화음악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션의 음악적 욕심은 자칫 대중적으로 폭넓은 호응을 얻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뱃놀이와 굿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염원〉과 트로트와 보사노바의 만남을 시도한 〈님〉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갖췄다. 한국적 음악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는 "외국 친구들이 문득 '니네 음악이 뭐냐?' 고 물어올 때마다 느꼈던 당혹감에서 비롯된 애국심이 이 곡들을 시도하게 됐다" 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달간 국내에 머무르는 그는 추석을 지낸 후에 다시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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