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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산에 끼워넣은 496억, 속을 보니 3조 규모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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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지난해 말 끼워 넣은 2011년도 신규 증액사업 대부분은 10억~20억원의 ‘소액’사업이다.

300조원이 넘는 전체 예산을 놓고 보면 ‘푼돈’에 불과하니 선심 쓰듯 예산안에 포함시켜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연도에 증액된 ‘문지방 사업비’가 아닌 뒤에 숨어 있는 총사업비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당장은 소액이 들어가는 사업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막대한 세금을 잡아 먹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창-진 도시철도 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국회에서 10억원이 증액됐다. 해당 부처에 총사업비를 요구해보니 6768억원. 설계비로 배정됐을 10억원 뒤에 6768억원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증액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 중 올해 신규 사업 30건의 총예산은 496억원이다. 하지만 이들의 총사업비는 60배가 넘는 2조9851억원에 달했다. 중앙일보 세감시 시민 CSI(과학수사대)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몇 백억, 몇 천억원이 들어갈 사업들이 너무나도 쉽게 시작된다”며 “예산 낭비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의 이권이 걸린 문제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진다”고 지적했다.

 총사업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업성이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 증액사업은 검증 전에 예산부터 배정받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한번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관성적으로 예산은 계속 배정된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 자료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이 넘는 올해 국회 증액사업 10건 중 지난해 말 예산안 심의 때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사업은 ‘구포~생곡 국도 대체 우회도로 건설’ 등 4건에 불과했다. ‘마-창-진 도시철도 건설’ 등 나머지 6건은 조사 중이었거나 조사 전이었다.

적잖은 국회 증액사업이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지역 정치인들의 ‘마구잡이 민원성 사업’으로 시작된 뒤 부실의 길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탐사팀=이승녕·고성표·박민제·위문희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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