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5개국 신용강등 우려 … 애널리스트들 잇단 투자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김정일 사망 변수가 급속히 가라앉고 미국과 독일에서 각종 호전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73포인트 오른 1867.22로 마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수의 상승과 하락을 가를 주요 변수가 코앞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발표될 신용평가사 S&P의 유로존 15개국에 대한 신용등급 결정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 애널리스트는 “S&P가 신용등급을 현 상태로 유지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등급을 강등하면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투자 판단은 신용등급 결정 이후 내리라”고 조언했다.

신영증권 김재홍 이코노미스트도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이들 국가의 자금조달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금융회사 간 거래가 위축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활용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AAA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보증을 통한 채권발행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데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S&P는 이달 초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그리스·키프로스를 뺀 15개 국가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재정위기가 비교적 심한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등 트리플A(AAA) 6개 국가 모두 강등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따라 EFSF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21일(현지시간) 1%의 낮은 고정금리로 시중은행이 ECB로부터 자금을 무제한 빌릴 수 있는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가동했다. 523개 은행이 4892억 유로를 신청해 당초 예상한 2930억 유로를 훌쩍 뛰어넘었다.

만기 12개월짜리에서 이전된 자금 등을 제외하고 2000억 유로 정도가 은행에 새롭게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은 유동성 악화로 인한 유럽 은행들의 파산 도미노 가능성을 줄이고 재정이 취약한 나라의 국채 금리 상승을 막아 유로존 재정위기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ECB는 2009년 6월에도 이와 비슷한 유동성 공급정책을 실행한 바 있다. 1년 만기로 1121개 은행에 4400억 유로를 배정했다. 당시엔 시중은행들이 자기 나라 국채를 사들여 실제로 시중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페인 금융회사들의 2009년 6월 국채 보유 규모는 전달 대비 85억 유로나 늘었다. 이에 따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으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한다고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이재만 마켓 애널리스트도 “이번엔 국가 신용강등 우려가 있어 은행이 2009년처럼 빠르게 국채매입을 확대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국채 매입 규모를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은 작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위험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신용등급 결정 이후 추가적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