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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재능기부가 나를 바꿨다 … 작가 대접 받고 즐기며 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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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즐겁다
밥장 장석원 지음, 마음산책
237쪽, 1만2500원

부제가 ‘재능기부, 좋아하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다. 재능기부란 돈만이 아니라 요리솜씨·목소리 등을 내놓아 사회에 공헌하는 일인데,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라서 벽화 그려주기 봉사를 선택했다. 그런 결심 3년, 이후 자기 앞에 펼쳐진 봉사하고 돈도 버는 삶을 밝힌 이 책은 기분 좋게 읽힌다.

 유쾌한 톤에 더해진 감각적인 그의 글 솜씨 때문인데, 이런 식이다. “재능기부 전엔 내가 성능 좋은 프린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려주고 돈 받고, 또 그려주고 돈 받는….”(84쪽) 그게 변했다. 우선 작가 예우를 받는다. 인간 프린터에서 존경받는 작가로 바뀌었고,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

 포인트는 그게 우리 시대 흐름이자 감수성이란 점이다. 즉 “비정규직 삶이라도 괜찮아”하는 당당함이 먼저다. 실제로 밥장(41)은 『비정규직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이란 책도 펴낸 적 있다. 이 분야 스타라서 일러스트 외에 북 칼럼니스트, 파워블로거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럼 그의 일상은 어떨까.

 재미난 아이디어 때문에 매일 아침 눈이 번쩍 뜨인다. 3년 시작한 벽화 그려주기는 전북 완주군 상관면 ‘작은도서관’ 등 20곳으로 확산됐다. 그중 재능기부로 그린 도심을 달리는 벽화 ‘빅카’가 히트다. 빅카는 노숙자 중고 승합차인데, 길거리 잡지 ‘빅이슈’ 판매원이 즐겁게 달리는 모습을 그렸다.

 그 중 한 명은 뒷바퀴 바로 위에 그려져 있어 마치 달리는 차의 타이어를 즐겁게 굴리는 모습이라서 웃음이 터진다. 저자의 말이 이렇다. “빅카와 마주치면 손 흔들어주시길. 빅카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찍힐’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밥장은 명문대 출신. 잘 다니던 대기업 생활은 예전 퇴사했다.

 직후 “어느 날 그림이 내게 들어와” 웹진 디자인을 시작했다. 예전의 사회적 기준으론 미친 짓이고 거의 자살골이었을 텐데, 그게 아니다. 집세 막기에 급급하던 그는 재능 기부 전후에 팔자가 쫙 폈다. TV 광고 KB카드 이효리 편, 영화 포스터의 일러스트 작업까지 맡았으니 말이다.

 그의 그림은 만화체에 아직 다소 설익은 느낌이다. 그러나 ‘길거리 그림’으론 나쁘지 않고 한국 팝아트로 뻗어갈 가능성도 아주 없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재주 많은 젊은 도깨비의 앞날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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