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로금리 중단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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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은 경기회복에 대한 선언적 의미가 더 크다. 역으로 말하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인상폭이 적은 데다 당분간 추가 인상의 가능성도 크지 않다.

또 그동안 제로금리를 중단한다는 예고가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효과 역시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는 상태다.

이론상으로는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일본 주가가 떨어지고 엔화는 강세를 보여야 할텐데 현실적으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경기회복세에 맞춰 여러차례 금리 인상의 기회를 노려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 및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물러나곤 했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제로로 유지해야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은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이동하는 것을 우려해 일본의 금리인상에 계속 제동을 걸어왔다.

이를 의식해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중단 이후에도 시중자금을 풍부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금리 인상 효과는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일본 경기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지도 단정짓기 어렵다. 일단 예금 금리가 소폭 오를 것이 확실시되지만 늘어난 이자소득이 바로 소비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촉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면 기업의 금융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관론도 있지만 그 정도로 쓰러질 기업이라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오히려 빨리 퇴출되는 것이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양면적이다. 일본의 소비가 증가함으로써 대일(對日)수출이 늘어날 수 있고, 엔고로 수출에 덕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여러 전제가 들어맞아야 그렇다는 얘기다. 오히려 엔화 차입금리가 올라 부담만 더 늘어날 수 있다.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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