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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측근 행적 5분마다 체크 감시 장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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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영환

1980년대 운동권 시절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의 원조’ 김영환(48)씨. 그의 느낌이 각별해 보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중국 출장 중 접했다고 한다. 19일 밤 전화로 그를 만났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으로서 다양한 경로로 북한 정보를 입수해온 그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조기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강철 서신’이란 주사파 최초의 선전물 작성자로 유명하다. 91년 밀입북해 김일성 전 주석을 직접 만났고 북한의 현실을 보고 돌아온 후 90년대 중반 전향, 지금은 북한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소감이 각별한 것 같은데.

 “북한의 상황이 지금 당장 급변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적 관심사일 듯한데, 내가 볼 땐 김정은 체제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잘 짜여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이 사망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조기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나름대로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김정일이 생전에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장성택·이영호 등에 대해서조차 견제장치를 이중삼중으로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일이 5분 단위로 주요 인물의 행적을 보고하도록 해놓았다. 이제 김정은이 그 보고를 받을 것이다. 김정은 이외의 다른 사람이 나서긴 힘들어 보인다. 김정은이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한 장성택이나 이영호조차 나서진 못할 것이다. 도와주더라도 김정은의 감시 속에서 도와주는 정도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있을 듯한데.

“행정·경제 시스템이 많이 붕괴된 상태라 북한 자력으로 회복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김정일의 공포정치와 강력한 권력장악력으로 가능했는데 김정은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김정일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91년 잠수함을 타고 밀입북했는데.

“당시 김일성만 만났다. 그때 북한 권력은 이미 김정일이 장악하고 있었다. 김일성이 아들을 김정일 동지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나와 관련된 일도 김정일이 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94년 김일성 사망 때와 이번 김정일 사망을 비교하면.

 “사망 당시 김일성은 정치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였고, 거의 모든 권력은 김정일의 손에 있었다. 이번과 가장 큰 차이다. 김정은이 빠른 속도로 권력을 장악해가고 있다고 해도 후계 체제가 미완성인 상태로 김정일이 사망한 것이다.”

 -우리의 대응은.

 “대북 안보를 잘하는 것 외에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 모니터링과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전달하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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