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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은 ‘산타’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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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메르켈

산타 랠리는 크리스마스 전후 주가 상승 현상이다. 연말 보너스에 힘입어 소비와 기업 순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올해에도 산타 랠리를 기대해도 될까.

 15일 새벽(한국시간) 미국과 유럽 시장을 보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게 옳을 듯하다”고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가 보도했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싸늘해서다. 우선 금값이 뚝 떨어졌다. 이날 미국·유럽 상품시장에선 온스(31.1g)당 금값이 4.6% 내렸다. 1600달러 선을 뚫고 떨어져 1586달러 선에서 멈춰 섰다. 직후 개장된 온라인 거래에서 더 떨어졌다. 1570달러 선을 밑돌았다. 올 7월 이후 최저치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상품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2008년 이후 최대 매도 공세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은값은 6% 넘게 추락했다. 온스(31.1g)당 가격이 30달러 선을 깨고 내려가 28달러 선을 기록했다.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올 초 30달러 선에서 오르기 시작해 48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거품 증상을 보였다.

 요즘 금과 은은 헤지·뮤추얼 펀드들이 유럽 국채 손실을 벌충하는 요긴한 수단이다. 펀드들이 유럽 재정 위기로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값이 너무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응하기 위해 보유한 금이나 은을 팔고 있다.

 실제 최근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국채 값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WSJ는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 등 유럽 리더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이 소용없고 앞으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채권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유로존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유로화 투매 조짐까지 나타났다. 이날 미국 달러와 견준 유로화 가치는 1.3달러 선을 밑돌았다.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자금이 안전을 좇아 미 단기 국채 등으로 쏠리고 있어서”라고 전했다.

 올 4분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실적도 시원찮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데이터분석회사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4분기 순이익은 10% 정도 늘어날 듯하다. 올 7월 전망에선 18% 정도 증가가 예상됐다.

 사정이 이쯤 되자 폴 페럴 마켓워치 수석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은 산타 랠리보다 산타 패닉(주가 급락)을 대비하는 게 더 현명할 듯하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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