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공동체를 재건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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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글을 쓸 때 우리는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잘 조합하고 배열해 문장을 만든다. 문장 안에서 알맞은 장소에 딱 맞는 뜻을 가진 단어가 자리를 잡아야 의미가 잘 통한다. 적확한 어휘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여섯 살짜리 소녀들조차 날씬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을 증오한다”에 쓰인 ‘증오(憎惡)’를 보자. ‘증오하다’는 아주 사무치게 미워한다는 뜻이다. 날씬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기 몸을 아주 사무치게 미워한다는 건 심한 표현이다. 정말 그러하다면 모르겠으나 이 문장의 앞뒤 문맥을 볼 때 ‘증오’보다는 ‘혐오(嫌惡)’가 적절한 말이다.

 “글로벌 경제활동을 지역화·분권화하면 공동체를 재건축할 수 있다”에서는 ‘재건축’이 걸린다. ‘건축’은 ‘집이나 성(城), 다리 따위의 구조물을 그 목적에 따라 설계해 흙이나 나무, 돌, 벽돌, 쇠 따위를 써서 세우거나 쌓아 만드는 일’을 뜻한다. ‘공동체’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재건할’이나 ‘다시 세울[만들]’로 하면 좋다.

 “안선주가 2년 연속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왕을 제패했다”에 사용된 ‘제패(制覇)’는 ‘패권을 잡거나 경기 등에서 우승함’을 뜻한다. 역시 ‘상금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패했다’ 대신 ‘차지했다’ ‘거머쥐었다’를 써야 한다.

 “무용, 특히 민족무용은 모든 동작이 자연과 환경의 소생이다. 훈련과 연습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에서도 ‘소생(所生)’은 ‘자기가 낳은 아들이나 딸’을 가리킨다. 즉 사람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 ‘소산(所産)’이나 ‘산물(産物)’로 표현해야 적절하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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