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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사들이 본 한국 학생 장·단점

중앙일보

입력

많은 학생들이 유학이나 취업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며 사회도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사회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에 알맞은 마음가짐과 이해력을 갖추지 못해 유학 도중에 포기하거나 외국문화와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교단에 선 외국인 교사들에 눈에 비친 한국 학생들의 모습과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앤드류 킨(Andrew Keane·아일랜드) -서울 대일외고 영어 교사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 본 느낌은.

 “한국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관심이 많고 집중도도 크다. 한국 부모도 자녀의 교육에 매우 헌신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학업적 성취를 이뤄내지 못하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과 입시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걱정된다.”

-영국 아일랜드에선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없다는 얘기인가.

 “아일랜드에서도 한국처럼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학업점수가 자신의 삶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중엔 고교를 졸업하지 않고 전기 정비공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엔 그를 실패한 사람으로 보는 눈은 없다. 그 스스로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자신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자녀의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아일랜드에서는 자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오랜 고민 끝에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면 부모도 승낙해준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엔 고교나 대학을 반드시 마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 스스로도 합리성과 논리성이 부족한 상태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얘기하면 아일랜드 부모도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어떤가.

 “수업에 대한 준비와 집중도가 높다.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교사를 기다린다. 교사가 수업 시작 전에 수업내용과 관련 없는 농담을 해도 교사와 바로 수업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태도를 유지한다. 과제를 줘도 빠르게 해결하고 미루지 않는다. 외국 학생들은 반대여서 통제하기 어렵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한국 학생들과 수업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느낄 정도다.”

- 그런 한국 학생들이 왜 해외로 유학 가면 절반 정도가 중도 탈락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문화충격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 대학에선 학생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범위가 커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영역도 크다. 친구들과의 교류활동도 많다. 하지만 타인에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화에 동화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지 않고 시험점수에만 매달리면 바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힘들다. 교육시스템이 한국 학생들이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할 기회가 적은 점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외국 문화와의 친밀감과 이해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킨은 ‘영어권 문화’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편이다. 아프리카 등 후진국의 생활상에 대한 사진을 보여주면 웃기부터 한다. 국제적인 논쟁에 대해 얘기하면 한국의 입장부터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입장에 대해선 아는 지식이 거의 없다. 외국에 대한 인식과 친밀성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선 어렸을 때부터 세계지리, 외국문화 등에 대해 배운다.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지금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배운다. 또 학교와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외국문물을 많이 배우도록 강조한다. 여행도 그 중하나다.”

● 다니엘라 로스트(Daniela Rost·독일) - 서울 명덕외고 독일어 교사

-외국 학생들과 비교해 한국 학생들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목표 지향적인 태도가 강하다.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결정하는 등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에 비하면 독일 학생들은 미래 설계보단 여가를 즐기는 여유를 많이 부리는 것 같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나도 청소년 시절엔 학업이나 미래 계획보다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운동을 하며 개와 산책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등 방과 후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이런 독일학생들과 비교하면 한국 학생들의 모습은 어린 성인 같은 느낌이다. 어리지만 성숙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스스로 성숙해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넘겨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 그런 학업태도가 학생의 창의성을 해칠 수도 있을까.

 “학습적인 차원에서 외우는 지식은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창의성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독일 수업은 대부분 논술과 같은 서술형 평가로 시험을 치른다. 선택형 객관식 시험이 없다. 괄호넣기 문제도 없다. 심지어 초등 수학 시험에서 도 문제의 합은 얼마이고 왜 그런지를 쓰지 답을 선택하진 않는다.

-한국의 수학 공부는 보기에 어떤가.

 “한국의 고교 수학 교과 내용은 내가 독일에서 배우지도 못했던 내용이다(진도를 빨리 해고난도 내용을 당겨 배우고 있다는 뜻). 게다가 독일에선 수학이 주요 과목이 아닌 부교과인 선택교과에 해당된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기 위해 수학을 선택할 순 있어도 강제는 아니다. 좋은 수업의 기준은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주는가에 달려있다.”

-독일에선 학업의 목적을 어떻게 가르치나.

 “많은 독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배우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인생에서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라고 말해준다. 학생들이 학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 학생들이 보완해야 할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것 같다. 이를 보완하려면 책으로 보기보단 외국인과 자주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요구된다. 친구에 대한 개념도 다른 것 같다. 독일에선 친구라고 하면 매우 친밀한 관계를 뜻한다. 이 때문에 개인별 친구의 범위가 좁고 숫자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말하는 친구는 범위와 숫자가 폭 넓다.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규칙 준수도 부족해 보인다. 독일에선 지각하면 부모를 부를 정도로 준법정신을 엄하게 가르친다.”

-한국 학교문화와 교사·제자 사이는 수직관계로 이뤄진다. 이런 분위기가 학생의 잠재력을 해치진 않을까.

 “꼭 그렇진 않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한국에선 학생들이 교사에게 존경을 표시한다. 그것이 비록 형식적인 표현일지라도 학교에서 수업문화를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조건이다. 독일에선 학생들이 교사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예절을 갖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교사가 학생을 통솔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교수들에겐 예의를 갖추는 것이 다른 점이다. 수직관계의 수평관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수평은 교사와 학생 간 친밀감을 높이는데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교사와 학생 사이를 구분하는 수직도 필요하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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