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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많이 읽어야 플레이도 창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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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신정초등학교 축구부 함상헌 감독(가운데)은 제자들에게 축구를 창조적으로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 전국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이 학교 축구팀은 지난달 26일 서울시축구협회장기 대회에서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조용철 기자]

“축구선수도 좋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해야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신정초등학교 축구부 함상헌(40) 감독은 항상 이렇게 강조한다. 이 학교는 80학급에 학생수 2500명의 서울 최대 규모 초등학교다. 신정초의 자랑거리는 축구부다. 1984년 창단한 축구부는 전국과 서울 지역 축구대회에서 100회가 넘는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는 봄철(칠십리배), 가을철(화랑대기) 전국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달 26일 끝난 서울시축구협회장기에서 우승, 대회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영광의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주인공은 13년째 축구부를 지도하고 있는 함 감독이다. 프로축구 공격수 출신인 함 감독은 네덜란드에서 배운 트레이닝 기법을 축구부에 도입했다. 신정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1∼6학년 별로 별도 프로그램과 코치를 운용하고 있다. 저학년 때 즐겁게 기본기를 배운 아이들은 고학년부터 체계적인 팀 플레이를 익힌다.

 신정초 축구부가 잘 나가는 또 다른 비결은 독서 교육이다. 함 감독은 2006년 축구부 졸업생 학부모들을 모아 독서장학회를 만들었다. 학부모들은 월 1000원∼1만원의 회비를 내 아이들을 위한 책을 샀다. 만화로 보는 삼국지, 고우영의 십팔사략, 먼나라 이웃나라 등 만화에서부터 이야기 명심보감, 어린이 삼국유사 등 쉽게 씌어진 책이 많다. 칼의 노래(김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노인과 바다(헤밍웨이) 등 국내외 작가들의 대표작들도 있다. 축구부 생활관에는 수백 권의 책이 있고, 지금도 매달 10여 권씩 사들인다.

 선수들은 독서 프로그램에 따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축구부 홈페이지에 올린다. 독후감을 잘 쓴 아이들은 가방이나 축구화 같은 상품을 받는다. 코치들은 독후감 잘 쓰는 법, 틀리기 쉬운 맞춤법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함 감독은 “독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성격이 차분해지고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는 경기 중 흥분하지 않고, 동료간 의사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한다. 이때문인지 독서 교육 이후 신정초는 국내 최강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책 읽는 선수 만들기’는 함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부터 나왔다. 그는 중학교 축구부 시절 선배들의 구타와 기합을 피해 합숙소 옥상에 숨어 있다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브라질의 바스콘셀로스가 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였다. 뜻도 모르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을 통해 그는 괴로운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면서 뜻을 세우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함 감독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정영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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