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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요란할 땐 ‘잔잔한 광고’가 눈에 띈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업체들이 으레 취하는 광고 형태를 버리고 앙드레 가뇽의 잔잔한 음악에 슬며시 미소짓게 만드는 정감 있는 화면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광고하는 업체가 있다. 천리안과 두루넷. 게다가 그런 것이 ‘진짜’라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어, 골뱅이잖아?

젊은 버스기사 유지태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서 열심히 풍선껌을 씹고 있는 두 소녀를 힐끔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껌 씹고 있네. 풍선껌이네.” 한 소녀의 풍선은 이내 터져 버리고, 나머지 소녀의 입에서 크게 부풀어진 풍선에는 골뱅이(@) 표시가 보인다. “골뱅이잖아?” 그리고는 유지태의 골뱅이 풍선 부는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비친다. “진짜 골뱅이, 인터넷 천리안”.

라디오, 인쇄광고로도 선보이고 있는 천리안의 TV 광고다. 특별한 스토리 없이 아주 잔잔하고 단순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어 오히려 눈에 띈다. 그저 유지태의 따뜻한 미소와 ‘진짜 골뱅이’만 전달하고 있는 감성적인 광고.

‘진짜’를 강조하는 또 다른 광고 한 편. 방 안 침대에 걸터앉아 고심하며 편지를 쓰고 있는 정우성. 써내려 간 편지를 보다 웃음 짓기도 하고 꼬깃꼬깃 구겨 휴지통에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써 보낸 편지를 받아본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인터넷 때문에 편지가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두루넷은 인터넷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진짜 인터넷입니다.”

연애편지의 설레임과 애틋함에 대한 기억을 살리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인터넷’임을, 그리고 두루넷이 바로 그런 ‘트루 인터넷’임을 강조한다.

두루넷은 그간 이국적인 분위기의 시리즈 광고를 학교, 나스닥, 쇼핑 등으로 나누어 내보냈는데, 모두 호주에서 외국인을 모델로 촬영한 것이어서 친근감이 덜 했던 것이 사실. 그래서 ‘편지’편에는 국내 배우 정우성을 기용, 좀더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그 사이에 잠깐 권해효를 모델로 한 코믹 광고 두 편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못했다.

정우성은 주목도 면에서도 뛰어나지만 이번 ‘편지’편의 ‘멜로머셜(melo-mercial)’이라는 형태에도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를 광고에 도입한 멜로머셜에서는 모델의 표정과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 덕분에 두루넷은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천리안 역시 젊으면서도 독특한 차분함을 지닌 유지태의 이미지를 비주얼로 표현하면서 천리안이 골뱅이 즉 인터넷임을, 그것도 진짜 인터넷임을 강조한 광고다. 천리안은 이전에도 ‘인터넷 세상의 중심-천리안’이라는 프레이즈의 광고를 몇 편 내보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는 거의 남지 못했다. 천리안이 PC통신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인터넷 서비스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유지태의 ‘진짜 골뱅이’ 광고 이후부터다. e-메일에 사용되는 기호 ‘@’이 골뱅이를 닮은 모양인 까닭에 원래의 명칭 ‘at’보다 ‘골뱅이’로 더 많이 불리는 점을 이용, 골뱅이에 인터넷 이미지를 대체시킨 것.

두 광고는 ‘진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 외에 잔잔하고 부드러운 비주얼과 단순하고 깔끔한 카피를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대부분 인터넷 업체 광고가 감각적인 화면과 빠른 음악으로 ‘속도’와 ‘첨단’,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볼 때 색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의 감성을 파고드는, 그러면서 한 단계 높은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내포한 고급스런 이미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 동시에 정우성, 유지태라는 매력적인 배우들을 등장시켜 자칫 처질 수 있는 광고 분위기를 젊고 따뜻하게 바꾸면서 타깃 층도 확실히 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진짜 인터넷’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천리안은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이고 두루넷은 통신망 사업체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 구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진짜’를 표방한다는 자체가 ‘가짜’, 즉 ‘국이나 끓여 먹어’ 마땅한 인터넷도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터넷의 진정한 속성에 닿아있는 ‘진짜’와 ‘무늬만 인터넷’ 사이의 가르기가, 업체 자신이 아닌 네티즌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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