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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액 연봉 355억…일본은 74억, 한국은 7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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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포브스코리아 미국 프로야구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올해 연봉은 3100만 달러(약 355억여원)가 넘는다. 한국에서 프로야구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LG나 삼성의 1년 운영비는 290억~300억원이다. 국내 구단의 1년 운영비를 들여야 메이저리그 톱 선수 한 명을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2011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한·미·일 프로야구 시장 비교

일본은 어떨까. 지난 5월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혼햄의 꽃미남 스타 다르빗슈 유가 5억 엔(약 74억여원)을 받아 최고 몸값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은 아홉 시즌 동안 1군에서 뛰면 국내외 어떤 구단과도 접촉할 수 있는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다년 계약은 물론 연봉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을 수 있다. 역대 FA 최고액은 2004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현대(현 넥센 히어로즈)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은퇴)가 받은 60억원(4년)이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로 이적한 김태균이 내년 시즌 국내로 돌아올 예정인데, 그의 친정팀인 한화가 80억원이 넘는 ‘총알(현금)’을 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4년 동안 번 돈을 일본 선수는 1년 만에 번다. 한국 최고 연봉은 두산 김동주가 받은 7억원이다. 다르빗슈의 10분의 1 수준이고,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일주일에 벌어들이는 액수와 비슷하다.

어쩌면 3국의 프로야구 시장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 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프로야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215만원이었다. 월봉 120만원꼴이다. 당시 특급 대우를 받던 OB 박철순과 MBC 김재박의 연봉은 2400만원이었다. 82년에 2400만원이면 서울 강남의 99.1㎡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현재 7억원이면 서울시내에 조금 더 큰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30배의 연봉을 받고도 비슷한 규모의 집을 장만할 정도라면 억울할 수 있겠지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적은 연봉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7월 한양대 스포츠산업 마케팅센터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의뢰해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프로야구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는 1조1837억원에 이른다.

올 시즌 관중 1인당 평균 지출 금액은 4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680만 명이 야구장에서만 2720억원을 썼다. 한국에서도 프로야구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이른바 과도기 단계의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 포브스는 매년 스포츠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발표한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가치가 3억4000만 달러(약 3990억원)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박지성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억6900만 달러)나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2억6400만 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뉴욕 양키스의 한 해 매출은 얼마일까. 2006년 양키스타디움에 무려 400만 명의 관중이 다녀갔다. 입장 수익만 1억1200만 달러에 달했다. 양키스타디움의 평균 입장권 가격은 약 30달러로 비싼 편인데도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총 관중 수는 약 7306만 명이었다. 이 중 양키스는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76만 명의 홈관중을 동원했다. 명실상부 최고 인기 구단임을 알 수 있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중계권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양키스는 지역 중계권을 포함한 방송수익으로 1억7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외에 주차, 먹거리, 식당, 지역스폰서, 구장광고 등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30개 구단에 나눠주는 4000만 달러를 포함하면 양키스가 한 시즌에 벌어들이는 돈은 4억 달러 이상이다. 무분별한 고액 연봉자 영입을 막으려고 ‘사치세’라는 조항을 뒀는데, 양키스가 매년 MLB 사무국에 지급하는 사치세만 2억 달러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순이익이 2억 달러인 흑자기업이다. 메이저리그는 30개 팀이 팀당 162경기, 총 2424경기를 치른다. 총 경기 수는 한국의 4배, 전체 관중 수는 한국의 11배가 넘는다.

일본 최고의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관중 5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쓴다. 이 팀은 1934년 창단 이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요미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신 역시 오사카 일대 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양 구단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홈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두 팀의 홈 관중이 올 한 해 한국프로야구를 지켜본 관중 수와 맞먹는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 모두 대부분의 구단이 적자로 운영되지만 일부 인기 있는 ‘빅 마켓’ 구단은 하나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요리우리·한신 홈관중 수, 한국 전체와 비슷
한국은 경기당 1만1000명가량의 관중이 들었다. 미국(3만140명), 일본(2만5604명)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구장 여건 등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관중 수다. 국내에는 3만 명 이상 입장할 수 있는 구장이 없다. 잠실, 사직, 문학구장은 2만5000석 이상이지만 나머지 4개 구장은 정원이 1만 명 내외다. 그럼에도 경기당 평균 1만 명 이상이 야구장을 찾았고,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프로야구를 봤다. 개발도상국에서 30년의 짧은(?) 역사로 얻은 결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

한국 프로야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케이블 스포츠채널뿐 아니라 위성TV와 DMB, 온라인 포털 등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관중의 폭도 40, 50대 중년 남성에서 10, 20대 여성과 가족 단위로 넓어졌다.

이상일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들은 관전 문화를 바꾸고, 관중 폭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새로 유입된 팬들은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꼽았다. 과거 기업 홍보수단으로 평가절하됐던 한국 프로야구의 가치가 갈수록 상숭하고 있다. 120년 전통의 메이저리그, 70년이 넘은 일본 프로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향상된 경기력이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장강훈 스포츠 서울 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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