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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멀고도 험한 10승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의 시즌 10승 달성을 열망한 팬들에게는 한마디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서 박은 1회부터 제구력이 뒷받침된 변화구를 무기삼아 상대 타자의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며 3회까지 1안타 1볼넷에 삼진 6개를 솎아냈고, 타선의 선제 2득점을 발판으로 무난히 10승을 달성하는듯 했다.

하지만 4회부터 현저히 달라진 공은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팀배팅과 어울어지며 연속 실점으로 이어졌다. 4회부터 6회까지 매이닝 선두타자에 가운데 높은 공을 던지다 안타를 허용하며 찬스를 허용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폭투와 수비에러는 가뜩이나 갈길이 바쁜 박찬호의 어깨를 더더욱 짓눌렀다. 더구나 4회부터 다저스의 타선은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3회까지 3구이내에는 크루터의 홈런외엔 상대 선발 클래맨트를 물고 늘어지며 괴롭혔지만 4회부터 2-3구째 방망이가 돌며 상대 투수의 공을 공략하지 못함과 동시에 투구수까지 줄여주며 경기의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오늘 박찬호는 제구력에 포인틀 맞추어 투구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와인드업 동작이 깔끔했고 공을 놓는 포인트도 일정했다. 하지만 중반으로 흐르면서 빠른 공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며 결정구를 넣는 타이밍에서 체인지업-직구-커브가 모두 통타당하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투수가 경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구질을 뿌리지만 얻어맞는 공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대기타석의 타자들도 그 공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하지만 오늘 박이 허용한 코스는 구질보단 코스 자체가 높았다. 타자의 시야에 훤히 드러나는 백구는 박찬호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애타게 10승을 기다리는 박찬호와 그를 아끼는 모든 팬들에게는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함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10승을 한다는 숫자적 의미보단 1승을 추가한다는, 그보다는 1이닝을 잘 마무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한 때다.

빠른 공과 다듬어져가는 제구력을 가진 박찬호의 10승은 다음을 기약했지만 박이 자신의 투구를 생각해 가며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한경기 한경기가 무척 값지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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