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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은 '풀뿌리 경제' 모범

중앙일보

입력

"지방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통신입니다. 현대의 오지는 섬이 아니라 통신 소외지대입니다. 회사 바로 앞으로 광통신로가 지나가는데 기업에선 구리선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

"한국통신에서 초고속통신망 개통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9월에 일부 지역에 보급할 예정이므로 기업에 먼저 공급하겠습니다. 그래도 초고속망 개통은 군 단위에선 진천이 처음입니다. "

22일 충북 진천군청에서 기업협의회 대표와 금융계 인사.통신.전력.요식업 대표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두달에 한번씩 열기로 한 '생거진천(生居鎭川)경제 콘퍼런스' 의 첫 만남이다.

이 모임은 '생거진천' 이란 말을 되살려 살기좋은 고장으로 가꿔 나가자는 취지 아래 지난달 창립대회를 열었다. 진천군에는 5백여개의 기업이 있으며, 2.3차 산업비중이 50%를 넘는다.

모임에 앞서 이 지역에선 관내 기업과 단체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왔다. 기업들은 식당에서 쓰는 쌀과 부식을 지역에서 구입했다. 부녀회.이장단 등 주민을 공장에 초청해 회사를 견학시켰다.

군에서 체육대회가 있거나 행사가 있으면 통근버스를 동원했다. 외부 손님에게는 지역내 특산품인 진천 호박엿이나 천년주를 선물로 사주었다. 서울에서 운행하는 법인.개인 차량도 차적을 진천으로 옮겼다.

군청과 면사무소에선 기업 애로사항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자구에 얽매여 규제하지 않고 기업활동에 편의를 제공했다. 진천지역 기업체의 생산품을 홍보할 전시.판매장을 군청 안에 설치했고, 창업서류는 5일 안에 처리해준다.

이같이 관내 기업과 행정기관.주민이 서로 배려하면서 '진천은 기업하기 좋은 곳' 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서도 기업 수가 늘었다. 당시 기업 부도율이 충북에서 가장 낮았고, 영업신장률이 2백%인 기업도 있다.

22일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관광안내도 제작, 재래시장 활성화, 초고속 통신망 보급방안과 태권도 공원 추진현황 등에 대해 토론을 했다.

모임을 주재한 김경회 군수는 "기업들이 회사 광고를 하며 '생거진천' 이란 말을 같이 싣는 등 협조하고, 군민들 취업은 물론 복지단체에 지원해줘 옛말 그대로 살기좋은 마을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진천군 덕산면 기업대표로 참석한 서울샤프중공업 이경우 상무는 "1998년 서울에서 옮겨와 만족하고 있다" 며 "기업과 주민이 협조하는 풀뿌리 경제의 대표적 사례" 라고 강조했다.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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