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대신 CCTV 달았지만 … 주차 관리 - 눈 치우기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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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무 외에도 재활용 쓰레기 정리, 주차장 관리 등 입주자의 생활을 돕기 위한 업무도 해야 한다. 서울 목동 14단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종식(69)씨가 1일 주차된 차량의 앞에 이면 주차된 차량을 밀어서 이동시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 중산마을 아파트 보안요원들이 1일 CCTV 모니터를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608가구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중산마을 아파트 10단지. 이곳은 일산에서 가장 처음으로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고 경비원 20명을 해고한 곳이다. 1일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니 ‘911통합관리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빨간 벽돌의 초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초소 안에는 젊은 보안요원들이 수십 개의 CCTV 모니터를 감시하고 있다. 이들은 중산마을 10단지에서 보안업무 용역을 맡은 민간 경비시스템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 5명 중 반장을 제외하고는 2명씩 주야 교대로 근무한다. 10개 동에서 24시간 교대로 한 명씩 근무했던 경비원을 대체한 것이다.

옆에는 주차카드가 있는 차량만 들어갈 수 있는 자동차 출입 관리시스템이, 아파트 현관에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자동문이 있었다. 이런 무인경비시스템은 2007년에 관리비 절약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설치됐다. 반면 경비실은 텅 비어 있었다. 제설제·청소도구 보관 창고나 부녀회 사무실로 이용되는 곳도 있었다. 경비원들이 했던 택배와 주차관리 등은 보안요원들이 대신한다.

 중산마을은 2007년 경비원들의 월급 현실화 정책(최저임금 70% 적용)이 시행돼 관리비가 부담되자 무인단속시스템을 도입했다. 1년에 8집이나 도둑이 드는 등 경비에 구멍이 생긴 것도 이유였다. 20명의 경비원 중 4명은 분리수거 등을 하는 청소원으로 다시 고용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해고됐다. 청소원 4명은 하루 7시간씩 주 6일 근무한다. 당시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추진한 최승호 아파트입주자대표는 “투표 결과 70%가 찬성했지만 어르신 경비원을 해고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경비비는 가구당 월 6000원 정도가 줄었다. 특히 아파트단지가 매달 1000만원씩 내고 있는 CCTV와 자동문 설치비 분할납부가 2014년 끝나면 경비비는 월 4만4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줄어든다. 주민 차혜숙(56)씨는 “CCTV가 있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자전거 도둑이 있었는데 CCTV를 통해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전기세·수도세 등이 오르는데 관리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고 한다. 주민 박성현(49)씨는 “경비원이 출퇴근 시간에 반갑게 인사하거나 외부 손님이 오면 알려주는 이웃 같았는데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주민 신모(50)씨는 “관리비가 줄었다고는 하는데 잘 느끼지를 못하겠다. 택배를 찾으러 갈 때도 아파트 정문까지 가야 하고 물건을 잠시 맡길 데도 없어서 불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차 관리가 안 되고 눈이 많이 왔을 때 치울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글=이상화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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