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흉기 위협 땐 … 경찰, 경고 없이 총 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찰이 경고 없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화한 ‘총기 사용 매뉴얼’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매뉴얼 초안에 따르면 경고 또는 경고사격 없이 권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정했다. 피의자가 갑자기 총기·칼 등 위험한 물건으로 경찰관이나 시민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때, 인질극처럼 경고 또는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유발할 수 있을 때, 간첩 또는 테러사건처럼 은밀히 작전을 수행할 때 등이다.

 조직폭력배·폭주족 등 비행집단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다수가 흉기를 이용해 경찰을 공격할 때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의 난투극과 관련, “(출동 경찰들은) 왜 총을 안 쐈나. 사격훈련은 뭐 하러 받았느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매뉴얼에는 상황 단계별 요건에 따라 총기 사용 정도 및 유의사항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단계별로 ‘안전장치 제거→권총 꺼냄→경고사격→경고 후 사격→경고 없이 실제 사격’ 순으로 총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현행 경찰장비의 사용기준에 관한 규정 제9조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는 등 상황에서 경고사격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바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규정에는 경고 없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례를 제시하지 않아 일선에서 총기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시민단체 등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데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효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