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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모사 식상하죠? 숨겨둔 끼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1998년 6월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두 명의 겁없는 신출내기 개그맨이 44일간 장기 공연을 펼쳤다.

〈파우 와우 개그콘서트〉 란 타이틀을 내건 이 무대는 이름처럼 뜻 모를 의성어를 속사포처럼 쏘아대며 관중을 웃겼다.

그리고 1년 뒤 무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은 입대를 했고 다른 한 명은 KBS2의 코미디프로〈개그 콘서트〉에 발탁됐다.

개그맨 데뷔 5년동안 별 눈길을 받지 못했던 이 사나이는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준 성대모사에다 현란한 즉흥연기를 추가, 브라운관을 뒤흔들며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사바나 추장' 심현섭(30). 그가 최근 방송활동을 줄이고 다시 무대에 오르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개그 콘서트〉 를 그만두고 KBS2 〈이경규.심현섭의 행복남녀〉 (금 밤9시50분)만 진행하는 한편 7월부터 석달간 전국 순회 '개그 라이브' 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첫 무대는 7월 1일 서울 정동이벤트홀(02-589-0931).

"하도 성대를 혹사한 때문인지 목 안쪽에 굳은살이 박혀 휴식을 결심했죠. 그 순간 이걸 계기로 성대모사에 의존해온 개그 패턴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제일 좋겠다는 판단을 한 거죠. " 이번 무대에서 그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인간 복사기' 란 별명을 안겨주었던 성대모사 대신 무언극에 가까운 퍼포먼스, 진지한 연기로 일관하다가 막판에 화끈한 웃음을 유발하는 정극(正劇)식 콩트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

과거를 회상하는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콩트를 만들어내는〈노인과 진실〉 코너, 이몽룡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정극풍 콩트 〈신 춘향전〉 , 일본어와 한국어를 합성해 웃음을 선사하는 〈야쿠자〉 등이 그의 다른 면을 보여줄 메뉴들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고급스런 개그' 라고 잘라 말한다. "웃기지만 천하지 않고 우아한 여운을 남기는 것. 그래서 다음에는 또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기대하게 되는 그런 개그를 하고싶습니다. 그래서 동선부터 우아하게 만들려고 틈나는 대로 발레를 배우고 있어요."

결코 고급스런 느낌은 나지않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개끼〉 는〈개그와 광끼〉의 합성어이자, '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무대' 란 뜻이라고. '이번 공연에는 심현섭을 비롯해 성대모사 재주꾼 김준호.박성호.황승환 등 개그맨과 영화배우 조경훈.탤런트 이여랑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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