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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노사 무분규 행진 … 울산 ‘파업 제로’ 원년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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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사분규 1번지로 꼽혀온 울산에 올 들어 현재까지 노사분규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2개월여 만 무사히 넘기면 1987년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노조가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울산지역을 통틀어 노사분규가 단 한 건도 없는 해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 전망이다.

 24일 울산노동지청에 따르면 99년 10건을 비롯해 2010년까지 매년 5~30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노사분규 발생이 ‘0’건이다. 99년 이전 노사분규는 공식 집계된 자료가 없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가 94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임단협이나 정치적 이슈로 고질적인 파업이 벌어졌다. 또 94년의 경우 현대중공업노조가 골리앗 투쟁으로 지칭되는 63일간의 극렬 파업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10월 막바지까지 노사 간 마찰 없이 넘어가기는 올해가 처음인 것이다.

 울산지역 노동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노조의 최근 수년간 연속 무분규 행진을 이어간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은 현대차나 현대중공업노조를 앞세운 민주노총이 파업을 이끌었으나 두 노조가 빠지면서 위력 있는 파업을 조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노조가 95년부터 지금까지 17년 연속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미포조선 노조도 그 영향을 받은 듯 13년 연속 분규 없이 임단협을 타결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 2008년까지 단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 총 112만대의 자동차 생산차질을 발생시켜 회사측에 11조6682억원의 매출손실을 입혔다. 그러나 현대차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면서 현대차 협력업체들도 민노총 주도의 파업 동참이 점점 줄더니 올해는 모두 파업 없이 임단협 교섭을 마쳤다.

 이에 대해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은 “노조가 회사 성장에 파트너라는 것을 사측이 인식한 결과”라며 “노사 모두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아야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 나가면 앞으로도 노사화합이 잘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노조는 석유화학업체의 공장 건설과 보수공사를 하는 44개 하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38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5일 파업결의를 했지만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27일까지를 쟁의행위 조정기간으로 정해 이 때까지 파업을 않고 교섭하도록 의무화해 둔 상태다.

 울산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1과 신문기 팀장은 “건설플랜트 임단협 핵심 현안이 공휴일 유급휴가, 간부들의 사업장 출입 허용 등으로 크게 심각하지 않은 데다 노사 모두 내심 마찰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쟁의행위=노사 간 교섭을 통해 협상을 타결할 여지가 없다고 노사 어느 한쪽이 판단하고 파업 등의 실력행사를 하는 것. 노동조합및노사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는 반드시 사전에 노동위원회 등의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정기간은 일반사업장의 경우 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신고를 한 날부터 10일이며 10일 이내에서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경우 부산지노위가 17일 열흘간 조정기간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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