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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버지 재산 다 받은 놀부, 부자인 건 당연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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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전 문학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1~3
나희라·홍영의
노대환 지음
웅진주니어
각 권 170쪽 안팎
각 권 1만원

“펄펄 나는 꾀꼬리/암수 서로 정답구나/외로운 이 내 몸은/뉘와 함께 돌아갈꼬.”

 고구려 2대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는 짝을 잃어 쓸쓸한 심경을 담은 노래로 풀이되곤 한다. 『삼국사기』에선 유리왕의 두 부인 화희(고구려 사람)와 치희(한족 사람)가 싸워 치희가 제 나라로 돌아가자 유리왕이 이 같은 노래를 지었다는 배경이 나와있다. 지은이는 이 노래를 두고 두 가지 가정을 해본다. 하나는 ‘황조가’가 유리왕이 지은 노래가 아니라 원래 짝 찾는 남녀가 부르던 유행가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치희로 대표되는 중국 사람과, 화희로 대표되는 고구려인 집단간의 갈등이 유리왕의 전략적인 결혼으로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노래했다는 것이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조선 후기로 가보자. 『흥부전』을 그저 권선징악의 이야기로만 볼 것인가. 『흥부전』 말고도 왜 수많은 옛날 이야기에서 형은 재산을 독차지하고, 착한 동생은 지지리 고생하다 복을 받을까.

지은이는 놀부가 호의호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조선 후기에 자리잡은 ‘장자 상속제’라고 설명한다. 조선은 법규상 시집간 딸에게도 재산을 똑같이 나눠주던 사회였다. 그러나 17세기 들어 성리학이 널리 보급되며 가부장제가 자리잡았다. 농업이나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평민이 등장하며 영향력을 키우자, 위기에 놓인 양반들이 제사를 모시는 장자에게 재산을 몰아줘 가문을 유지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또 이앙법(모내기) 발달로 벼농사 짓는 수고로움이 줄어들자 돈 많은 이는 사람을 고용해 더 많이 농사를 짓게 되고, 흥부처럼 능력 없는 이들은 땅을 빌리기도 어려워 날품팔이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세 명의 지은이들이 이렇게 교과서에서 ‘문학’으로 접한 수많은 옛 노래와 옛 글을 역사적 시각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고전문학에서 역사를 읽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고조선 건국신화부터 구한말 애국가까지, 각 시대별 전공자들이 나눠 맡아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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