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경기, "시합을 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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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니콘스의 창단 멤버이며 4년간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던 김경기(32). 올 시즌 2군신세로 전락한 그의 요즘 심정은 답답하다. 99시즌에도 2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부진한 성적으로 억대연봉이 2천만원이나 깎여 8천5백만원으로 변했다.

작년의 부진을 만회키 위해 시즌 직후부터 그 어느 해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면서 와신상담해온 김경기. 현대유니콘스의 2군 홈경기가 펼쳐진 원당구장에서 그를 만나 심정을 들어보았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지내고 있으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욱 몸이 풀려있다며 일단 시합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그는 아직 열심히 뛸 수 있는 나이와 체력이라며 정들었던 현대지만 계속 시합을 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향팀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으로 마지막 야구인생을 장식하고 싶다는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드림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는 시즌 초반 우익수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이숭용과 전근표가 심재학에 자리를 내주고 1루로 모인데다 용병 윌리암스의 퇴출 이후 황윤성까지 자리싸움에 가세한 상황. 게다가 1루 수비는 타격이 강한 선수에겐 언제 맡겨질지 모르는 자리.

김경기는 항간에서 얘기하는 김재박 감독과의 불화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선수의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며 선수가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므로 현재 자신의 입장은 어떻게든 시합에 나가 기량을 발휘하고픈 만큼 구단이 지금까지 팀에 공헌해온 자신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SK로 조건없이 보내주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대측은 김경기의 트레이드에 대해 적정선의 현금이라면 가능하다는 상황이고, SK도 이미 시즌 초 트레이드를 제시해놓은 상태라 양구단의 합의 여부에 따라 트레이드는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가 있다면 현대가 과도한 트레이드머니나 인천지역 공동연고권에 대한 조건제시.

1루 자리가 불안한 SK와 넘쳐나는 현대. 과연 현대 유니콘스가 올 시즌을 2군에서 보낼지도 모르는 김경기를 계속 잡고있을지는 두고봐야할 상황이지만 타는 속을 불방망이로 삭이고 있는 김경기의 마음속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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