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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코너리의 스코틀랜드 사랑

중앙일보

입력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아들 숀 코너리가 스코틀랜드를 떠난 지 45년만에 처음으로 고향인 에딘버러에 집을 마련해 스코틀랜드로 돌아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69세의 노배우 코너리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열렬한 독립 지지자로 지난 50년대 에딘버러를 떠나 스스로 망명길에 올랐으며 지금은 부인과 공동명의로 된 바하마군도와 로스앤젤레스의 주택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코너리의 이같은 정치적 소신 때문에 스코틀랜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코너리가 정치에 보다 깊숙이 개입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지는 지난 4일 이와 관련, 골프광이기도 한 코너리가 에딘버러 글렌이글스 호텔 부지 안에 신축되고 있는 방 여섯 개 짜리 고급주택을 구입하려 하고 있다며 가까운 곳에 좋은 골프코스들도 여러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코너리는 "일년에 2~3개월씩 머물 주택이나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며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스코틀랜드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외국에서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걸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금년초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 받기도 한 코너리는 지금까지 결코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감추어본 적이 결코 없는 사람이다.

그의 오른쪽 팔뚝에는 '스코틀랜드여, 영원하라'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름도 원래 토머스였으나 스코틀랜드식 이름인 숀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스코틀랜드 국민당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지난 50년대에 스코틀랜드를 떠났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스코틀랜드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던 셈이다.

69년에 국제교육재단이라는 스코틀랜드 청소년을 위한 장학재단을 직접 만들어 지원해 오고 있는 것도 그같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 가운데 하나다.

또 지난 98년 함정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는 주요장면을 스코틀랜드의 한 섬에서 찍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었고 영국내 첫 개봉을 자신의 고향인 에딘버러에서 하도록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코너리는 한때 우유배달꾼 노릇을 하기도 했던 자신의 고향 에딘버러 근교에 이제는 국제 영화스튜디오를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국에 대한 그의 사랑이 항상 정당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해외에 살면서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은 가끔 빗나갈 때도 있어 '바하마 당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하지만 코너리는 스코틀랜드 국민당에 매년 일정액의 당비를 내고 있으며 당의 선전을 위한 방송에 직접 출연한 적도 있다. 그는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걸 가지고 망명자가 귀국하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너리는 스페인으로 이주한 지난 73년 이후에는 한번도 영국내 거주자로 등록이 된 적이 없으나 영국에서 영화출연 등으로 번 돈에 대한 세금은 영국 정부에 꼬박꼬박 내오고 있다. 그러나 코너리가 앞으로 1년에 90일 이상 영국에 체류하게 된다면 영국내 거주자로 등록이 돼 그가 버는 모든 수입에 대한 세금을 영국정부에 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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