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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유로 2000을 빛낼 스타 (4) - 파벨 네드베드(Pavel Nedved)

중앙일보

입력

체코는 4년 전 전 유럽을 놀라게 했다.

당시 대부분이 자국 리그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고전하리란 예상을 깨고 유로 96에서 준우승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이번 유로 2000에 나서는 체크 역시 그와 같은 지난 대회에서의 감격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에 충분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유로 2000 예선 9조에 편성된 체크는 비록 스코틀랜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패로 아일랜드 등과 같은 비교적 약체들과 예선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10전 전승으로 일찌감치 본선행 티켓을 예약하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구어 냈다.

이는 무엇보다도 네드베드, 베르거, 포보르스키 등이 포진된 유럽 최고 수준의 탄탄한 미드필더 진이 버티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이들 중 체크가 자랑하는 최고의 미드필더 파벨 네드베드를 만나보기로 하자.

지난 14일 라치오의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탈리아 축구 세리에 A.

26년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안은 라치오의 가장 주요한 우승 요인을 꼽는다면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베론과 네드베드를 중심으로 한 원활한 미드필드에서의 공격지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비에리의 공백과 공격 로테이션 화에 따른 골게터 살라스와 에릭손 감독의 불화 등으로 확실한 자리 매김을 기대할 수 없었던 최전방 공격진과 달리 미드필드 진에 보내는 에릭손 감독의 신임은 시즌 내내 한결같았다.

이처럼 소속팀에서도 왼쪽 미드필더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네드베드가 라치오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유로 96이 끝난 지난 96/97 시즌부터이다.

95/96 시즌까지 체크의 명문 스파르타 프라하에서 뛰었던 네드베드는 자국 리그서 뛰는 동안 세 차례 팀에 리그 우승을 선사한 뒤 유로 96이 열리는 잉글랜드로 향하게 된다.

D조 예선 첫상대는 독일, 결과는 2대0 완패.

두 번째 상대인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네드베드가 통렬한 선제 골을 터뜨리면서 팀에 2대1 승리를 이끌고 예선 마지막 상대인 러시아와는 3골씩 주고받는 끝에 무승부를 거두었지만, 체크는 승자승 원칙에 의해 강호 이탈리아를 제치고 어렵사리 8강에 진출하는 행운을 갖게 된다.

이어 8강에서 포르투갈을 1대0으로, 준결승에서는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한다.

한차례 만난 바 있는 독일과의 결승. 후반 15분만에 베르거의 선제 골로 기선을 잡는 듯 했지만 후반 73분과 로스타임에 비어호프에게 내리 두 골을 내주면서 유로 96에서의 체크 돌풍의 신화는 막을 내리고 만다.

유로 96이 끝난 뒤 대부분의 체크 선수와 마찬가지로 네드베드 역시 유럽의 많은 명문 팀들의 손짓을 받게 되었고 그 가운데 그는 현재의 소속팀 라치오에 안착하게 된다.

이탈리아에 정착한 후 그는 97/98 시즌 26경기에 나와 11골을 기록하며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면서 그 해의 체코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또한 97/98 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비롯, 98/99 시즌 컵위너스 컵에서는 스페인 마요르카와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득점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을 뿐더러, '트레블'을 달성하며 최고의 해를 맞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한 유러피언 슈퍼 컵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에 값진 승리를 선사한다.

신출귀몰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팀의 플레이를 주도해 나가는 네드베드.

스피디하면서도 다이나믹한 플레이에 정확하고 날카로운 슈팅마저 겸비한 이 다재다능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상대 수비진을 헤 짚고 다닌다면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 위협을 느끼긴 마찬가지일 것이고 바로 이런 이유가 다른 여러 팀들이 체크를 경계하게끔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지난 대회에 이어 또 하나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체코. 그리고 그 체코 공격의 선봉 네드베드. 그와 베르거, 콜러 등이 합작해 낼 유로 2000에서의 멋진 그라운드의 풍경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유로 2000을 더욱 흥미 있게 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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