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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노후를 꿈꿔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5호 30면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50대 중반의 김모씨 부부는 중학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부부 교사’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위기감을 느끼고 자산관리를 시작해 10여 년간 적립식 펀드와 연금에 돈을 부어왔다. 두 사람은 올해부터 월 300만원의 연금을 타게 돼 교사 생활을 조기에 그만뒀다. 교사 경험을 살려 내년부터 해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김씨 부부처럼 치밀하게 은퇴 준비를 했다면 누구든 노후에 다양한 꿈과 계획을 세워 도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들어 베이비 부머 세대(1955~63년 출생)의 은퇴를 앞두고 신문·방송 등 언론 매체마다 ‘100세 시대’나 ‘고령화 사회’ 등 다양한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반인들의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과 걱정도 커지는 추세다. 그러면서 40∼50대들의 은퇴 준비 역시 달라질 움직임을 보인다.

첫째로 은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전 노인세대와 달리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 후 삶을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이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노인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난과 질병·고독을 떠올렸다. 그래서 노인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이는 오래된 ‘나이 차별적인 고정관념’일 수 있다. 은퇴자들도 엄연히 독립된 삶을 당당하게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살린다면 젊은이 못지않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베이비 부머들은 노인이라는 명칭과 개념을 거부하는 아마도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자산(Stock)보다는 정기적인 소득, 즉 현금 흐름(Cash Flow)을 확보하려는 쪽으로 의식이 바뀌고 있다.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게 금융상품별 선호 성향이다. 요즘엔 목돈을 현금 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월지급식 펀드가 8000억원쯤 판매되고, 보험사의 즉시연금도 지난해보다 판매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심지어 당첨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연금복권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다.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정주부 등이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이 13만 명에 달할 정도다.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마디로 연금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경쟁이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도 베이비 부머의 은퇴설계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전세가 감소하는 대신, 월세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은퇴를 앞두고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요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베이비 부머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소형 아파트에 비해 가격 침체와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들이 은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파트 넓이를 줄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생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연금 준비도 취약하고 의료비나 요양경비 등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퇴자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며 이들에게 적합한 주거환경도 수준 미달이다. 실버타운 건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헬스케어나 문화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자를 위한 대학 교육이나 취미·여가생활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은퇴산업은 이제야 시작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 못지않게 정부나 사회·기업도 여기에 눈을 떠야 할 때다.



우재룡 연세대 경영학박사(투자론). 한국펀드평가사장,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행복한 은퇴설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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