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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 ABC] 중형주 보유기간 좀 더 길게 가져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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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번 달 증시는 변동성이 작아짐과 동시에 증시도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뉴스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달에 미국과 유럽이 잘 넘고 지나가야 할 아슬아슬한 날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지난달의 변동성이 이어지지 않는 안정된 흐름 속에 상단과 하단이 생각보다 좁게 갇혀 있을 전망이다. 상단이 제한된 이유는 앞으로 전개될 기업 이익 하향 조정 때문이다.

하단이 제한된 이유는 지난달 증시의 가파른 하락 속도에 대한 반발 매수와 선진국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먼저 유럽 문제를 짚어보자. 독일은 올해 치러진 다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의 의석이 크게 줄었다. 따라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 재정위기 국가에 대한 독일의 지원은 이번 달 열릴 두 번의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이다. 한편 10월 이후에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임으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가 내정돼 있다. 현재 6인으로 운영되는 ECB의 이사회 멤버 중 5명이 재정에 문제가 있는 국가의 대표라는 점에서 유럽을 둘러싼 국가 간 이기주의는 이달 하순으로 갈수록 희석될 전망이다.

만약 독일 의회가 23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기능 확대안을 승인할 경우 재정위기의 전염 우려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우리의 예상대로 이달을 잘 넘긴다면 증시 변동성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제 미국으로 넘어가 보자. 지난달 26일 벤 버냉키는 통화정책을 내놓기보다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재정적자를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자극하는 세금제도와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달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증시의 변곡점으로 작용하기 힘들 전망이다.

 오히려 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설을 통해 오바마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감면과 감세, 부유세 인상 등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 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 연설 내용에 따라 국내 증시에 주는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한국의 지난달 증시는 험난했다. 전 세계가 빚더미에 허덕이는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불신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어쨌든 앞뒤가 막혀 있어도 관료들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만약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이 나온다면 주식시장은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올라간다. 다만 잃어버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식시장도 당분간 일정 구간에서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사실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돈이 있는 중국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도 물가를 잡는 것이 급선무다. 아시아 내수 성장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대안임은 분명하지만 아시아 내수 성장으로 가기 전에 이번 달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달러의 완만한 약세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달러의 안정 속에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다면 지난달 급락장에서 잠시 주춤했던 종목장세(중형주 장세)가 이번 달에 다시 시작될 공산이 커 보인다. 증시 안정을 기반으로 대형주를 트레이딩하고 중형주의 경우 보유 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는 기술적인 매매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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