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 과천 25억 대저택 주인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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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장할 서울대공원 ‘백두산 호랑이 숲’의 조감도. 이 숲에는 호랑이들이 노닐 인공폭포(위쪽)와 수영장이 들어선다. 관람객들은 호랑이들을 여러 각도에서 근접해 관람할 수 있게 된다(아래쪽).

1984년 5월 1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문을 열었다. 맹수들이 모여있는 ‘맹수 우리’는 단연 인기였다. 호랑이 우리 면적은 2904㎡에 달해 직전 창경원(현재 창경궁) 동물원에 비하면 널찍하고 현대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관람객한테나 그랬다. 동물들에겐 ‘최신식 감옥’이었을 뿐이다. 동물들은 야생성을 잃었고, 종족번식에도 애를 먹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서울대공원이 ‘야생친화형 동물원’으로 거듭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장 27년 만이다. 백두산(시베리아) 호랑이가 첫 수혜자가 됐다. 서울대공원은 2013년까지 모두 25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2000㎡ 규모의 ‘백두산 호랑이 숲’을 조성한다고 6일 밝혔다. 종전 호랑이 우리가 사람의 관람 편의를 위해 호랑이의 희생을 강요했다면 호랑이 숲은 ‘호랑이 행복’에 방점을 찍겠다는 얘기다. 그래야 사람과 교감도 더 잘 이룰 수 있다는 거다.

 일단 숲 내부에 인공폭포와 수영장이 들어선다. 유독 물을 좋아하는 호랑이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호랑이를 유리창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호랑이의 배와 발바닥을 볼 수 있는 ‘유리언덕’도 만든다. 관람객들은 언덕 밑으로 가서 언덕에 앉은 호랑이를 올려다볼 수 있다. 또 나무관을 통해 직접 호랑이에게 먹잇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교감 시설도 들어선다.

 서울대공원은 국내 유일의 ‘백두산 호랑이 종보전기관’이다. 보유 중인 백두산 호랑이만 27마리다. 전국에 있는 52마리 중 절반이 서울대공원에 있다. 숲이 완공되면 이들 호랑이는 대부분 숲으로 옮겨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선물한 탄자·토프도 이곳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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